(서울=연합인포맥스) 이재헌 기자 = 현오석 한국개발연구원(KDI) 원장이 박근혜 정부의 새 경제부총리로 지명되면서 최근 KDI의 기준금리 관련 발언이 서울채권시장의 최대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서울채권시장 참가자들은 현 원장이 경제부총리로 내정되면서 KDI의 보고서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제18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인수위)는 지난 17일 3차 정부조직인선안을 통해 박근혜 정부의 첫 경제부총리로 현오석 현 한국개발연구원(KDI) 원장을 지명했다. 경제분야에 전문성이 뛰어나고 관료출신이기에 여러 부처를 잘 융합할 수 있다는 장점이 부각됐다.

서울채권시장참가자들은 그간 하마평에 오르지 않았고 별로 주목하지 않았던 KDI에서 경제부총리 지명자가 나오자 이 기관에서 낸 보고서에 관심을 다시 집중하고 있다.

채권시장의 KDI의 위상이 위축된 계기는 지난 2011년으로 돌아간다. 그 해 11월, KDI는 하반기 경제전망 내에 '정책금리 결정행태 분석과 통화정책에 대한 시사점'이라는 보고서를 별도로 발간해 "우리나라의 기준금리가 최소 4%는 돼야 한다"며 금리정상화 실기론을 주장했다. 같은 해 금통위는 1월부터 기준금리를 25bp 인상하며 '베이비스텝'을 언급했지만, 두 차례(1·3월) 인상 후 홀수달 인상의 스텝을 6월로 미루고 3.25%에서 동결 기조를 이어갔다.

하지만, 이러한 KDI의 주장은 다음 달 금통위 기자간담회에서 김중수 한국은행 총재에게 평가절하됐다. 당시 김 총재는 "아마 중앙은행이 얼마나 많은 고민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도 그렇게 쓸까 한다고 저는 굉장히 궁금하게 생각하는데 아마 그렇지는 않았을 것이다"며 제가 이 자리에서 그것에 대해서 뭐라고 말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고 일축했다. 이후 KDI의 보고서는 국책연구기관이라는 위상에 걸맞지 않게 채권시장에서는 외국계 은행의 것보다 못한 평가를 받았다.

3개월이 지나고 KDI는 가계부채를 이유로 다시 기준금리를 내려야 한다고 불을 지폈다. 이때도 기자간담회 질문에서 KDI가 언급됐지만, 김 총재는 해당보고서 자체에 대한 내용을 답변에 넣지 않았다.

KDI의 기준금리 인하론은 논거를 꾸준히 덧붙였다. 지난해 11월 경제전망에서 경기 부진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금리를 인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내외 금리차 때문에 생기는 자본유입과 이에 따른 원화절상도 막을 수 있다고 제언했다. <관련기사 2012년 11월25일 오후 12시에 송고한 '[KDI 경제전망-③] 기준금리 내리고 추경도 추진해야' 참조.>

이달 금통위 전에도 주택경기침체기에는 기준금리 인하가 효과적이라며 집값 하락에 따른 경기 위축에 선제대응하라고 주문했다. 시장에서 다소 식어가던 기준금리 인하기대를 부추겼지만, 큰 반향은 나타나지 않았다.

한 자산운용사의 채권 딜러는 "그간 채권시장에서는 새누리당 출신 의원 정도만 채권시장에 호재고 관료나 학자 출신은 크게 신경을 쓰지 않았는데 깜짝 인사가 발표됐다"며 "KDI에서 다시 기준금리 관련 발언이 나온다면 채권시장이 크게 흔들릴 수 있다"고 말했다.

jhlee2@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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