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젊은이들이여, 희망이 사라진 이 나라를 떠나라".

청년실업률 34%, 미래 세대의 절망은 출산율 하락으로 나타나 현재 인구 6천만 명이 장기적으로 5천만 명까지 줄어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이탈리아 야당 정치지도자들이 언론과 인터뷰한 내용이다.

18~29세 청년 중 부모의 경제력에 의존해 함께 사는 '캥거루족'의 비율이 무려 61%, 30~44세의 성인도 4분의 1이 연금 타는 부모와 함께 산다. 연금받는 나이 든 부모들의 등골은 이미 휘어버렸다.

젊은이들이 운 좋게 일자리를 구한다고 하더라도 보수가 좋은 양질의 일자리는 알음알음으로 충원되기 때문에 임시직이 대부분이다. 경제 위기로 일자리를 창출하지 못할 뿐 아니라 재정 위기에 몰린 정부가 긴축 정책을 펴면서 실업수당 등 사회보장 혜택이 줄어들어 젊은이들은 일자리와 복지를 찾아 런던 등 서유럽의 도시로 탈출하고 있다. 작년 말 기준으로 유로지역의 25세 이하 청년 실업률은 평균 23.9%, 4명 중 한 명이 실업자다. 특히 스페인은 55.9%, 그리스는 58%로 무려 60%에 육박하고 있다. 젊은이 10명 중 6명이 백수다. 각국이 적자를 줄이려고 강력한 긴축재정 정책을 계속 펴 서민들의 생활은 이미 궁핍을 지나 일부 국가에선 빈곤의 악순환과 `사회적 참상'이 빚어지고 있다. 경기침체가 깊어져 기업들이 경비절감을 위해 고용을 더욱 줄이고 이는 다시 수요 감소와 경기 둔화를 가속해 경제는 악순환으로 치닫고 있다. 이런 가운데 부자들의 자산은 점점 더 늘어나 사회는 극단적으로 양극화되고 있다. 먹고살기 위해 조국을 등지는 이탈리아, 스페인, 그리스의 젊은이들은 그들의 조국에 대해 무슨 생각을 할까.

이런 유럽의 모습은 남의 나라 불구경이 아니다. 작년 말 국내 청년실업자 수는 100만명 규모로 추정된다. 통계청 기준 청년실업자 31만3000명에다 취업을 준비하거나 쉬는 경우까지 포함한 것이다. 청년실업률이 전체 실업률(3.2%)의 배를 넘는다. 대학생 하나 졸업시키는 데 온 가계가 '올인' 했지만 결과는 도저히 넘지 못하는 취업 문턱에 흘리는 젊은이들의 눈물 뿐이다. 새벽마다 도서관으로 향하는 아이들의 모습을 보며 대한민국 부모의 가슴은 새까맣게 타들어간다.

상황이 개선되지 않는다면 세대 간 계층 간 신뢰가 유지되기란 어렵다. 사회 구성원들의 신뢰가 깨지면 우리에게는 '금 모으기' 같은 공동체 정신이 설 땅은 사라질 것이다.

일자리의 창출이 중지되면 경제를 돌아가게 하는 인간의 이기심은 도덕적 한계를 벗어나 극단적인 모습으로 변형되고 사회의 통합은 금이 간다. '인간은 이기적이지만 동시에 서로에 대한 존중과 배려의 동물'이라는 건강한 명제는 기초부터 무너진다. 사회 체제가 일자리 창출을 통해 구성원들의 경제적 생활 욕구를 수용하지 못할 때, 사회는 내부에서부터 균열이 일어난다.

이러한 내부로부터의 갈등구조의 지속적 진행과 심화는 예컨대 북한 핵이라는 외부의 공격보다 더 큰 위험성을 내포한다. 역사는 우리에게 수많은 국가가 외침에 의해서가 아니라 내부의 신뢰와 결속이 먼저 무너져 붕괴하는 많은 사례를 보여주고 있다.

일자리 창출은 그런 의미에서 사회 내부의 결속과 단합을 강화하는 출발점인 셈이다. 새로 출범하는 새 정부 경제팀에게 다시 한번 일말의 희망을 걸어본다.

(취재본부장/이사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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