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규창 기자 = 삼성과 두산그룹이 이탈리아 방산업체인 핀메카니카(Finmeccanica)의 에너지·발전사업 자회사인 안살도에네르기아(Ansaldo energia. 이하 안살도)를 인수할 수 있을까.

안살도 M&A가 지적재산권 문제로 당초 일정대로 진행되지 못하는 가운데 현지 여론 등 가격 외 변수에서는 삼성이 일단 두산그룹보다는 유리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19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안살도 M&A는 당초 예정된 본입찰 마감 시한이 연장된 상태다. 각 그룹의 인수 주체인 삼성테크윈과 두산중공업도 아직 관련 서류를 제출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인수 후보들은 안살도 측에 독일 지멘스 등과 지적재산권 문제 해결을 요구하고 관련 내용을 검토하고 있다. 안살도와 지멘스의 사업이 겹치는 상황에서 양측의 지적재산권 협의에 따라 안살도의 매출액 영향이 크기 때문이다.

안살도 M&A에는 삼성과 두산, 지멘스, 현지 업체 컨소시엄이 의향을 나타냈었다.

이 가운데 지멘스에 대해서는 안살도와 사업 중복 등으로 인수 시 대규모 구조조정에 나설 것이란 예상이 많아 현지 반대가 심했다. 지멘스도 이런 사정을 고려해 인수 의사를 접었다.

현지업체 컨소시엄도 거론되고 있으나 인수 의지와 자금 조달력에 대해서는 의문 부호가 붙는다.

따라서 삼성과 두산그룹이 이번 M&A에서 유력 후보다.

물론, 걸림돌도 있다. 안살도의 모기업인 핀메카니카는 이탈리아의 2위 기업이자 국민기업으로 불린다. 비록 업황 부진과 대규모 적자에다 부패 스캔들까지 겹쳐 자회사를 매각해야 하는 상황이지만, 정서적으로 해외 매각에는 거부감이 큰 상황이다.

이런 점에서는 삼성이 현지업체만 따돌릴 수 있다면 두산그룹보다 유리한 것으로 평가된다.

M&A 업계의 한 관계자는 "이탈리아에서 두산은 생소하지만, 삼성은 스마트폰과 가전 제품으로 친숙한 브랜드이자 기업"이라며 "양사의 가격 차이가 크지 않다면 삼성이 훨씬 유리하다"고 말했다.

더구나 두산중공업인 자금난을 겪는 두산건설 지원으로 자금 조달력에서 열세다.

두산중공업은 두산건설의 실시하는 4천500억원 규모의 제3자배정 유상증자에 참여해 3천55억원을 투입하고 알짜 사업부인 배열회수보일러(HRSG) 사업을 두산건설이 발행하는 신주로 받고 넘기기로 했다.

가뜩이나 수주 부진과 차입금이 확대되는 시점에서 두산중공업이 최대 2조원 가까이 되는 안살도를 인수하기 상당히 부담스럽다.

반면, 삼성테크윈은 지난해 9월 말 기준 약 5천억원 규모의 현금 및 단기유가증권을 보유하고 있으나 필요하면 다른 계열사의 지원을 넉넉하게 받을 수 있다.

M&A 업계의 다른 관계자는 "현지 정서만 해결된다면 자금력 면에서도 삼성이 유리한 구도"라며 "두산중공업이 가격에서 앞선다고 해도 매각 측이 안살도의 존속 측면에서 자금 조달력과 인수자의 재무를 유심히 들여다볼 것"으로 예상했다.

한편, 삼성은 여러 계열사가 수행하는 발전사업과의 시너지를, 두산은 원전사업을 포함해 발전사업 수직계열화를 더 공고하게 다진다는 계획으로 이번 인수전에 뛰어들었다. 삼성테크윈과 두산중공업은 지난 15일 공시에서 안살도 인수를 검토 중이라고 밝힌 바 있다.

scoop21@yna.co.kr

(끝)
저작권자 © 연합인포맥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