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주식시장의 침체기가 상당기간 지속되면서 모든 증권사들의 시름이 깊어가고 있다. 상품개발 담당부서들은 고객들의 수익률 욕구를 조금이라도 채우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다.

지난 15일부터 적용된 세법 개정령을 의식해 올해들어 약 10조원의 자금이 절세 금융상품에 투입된 가운데, 유전펀드ㆍ브라질국채로 1조5천억원이 유입됐고, 월지급식 주식연계증권(ELS)에 2조원이 들어왔다. 주식형 사모펀드로는 3천900억원이 순유입됐다.

특히 고액 자산가들은 전통적인 취향과 달리 주식투자에 관심을 더 가지게 된 것으로 추정됐다. 상장 주식 양도 차익은 비과세여서 절세 수단이 되기 때문이다.

자산운용사들의 경우 70개가 넘는 재형저축펀드를 선보이면서 본격적인 경쟁을 예고하고 있다. 정기 예금금리보다 높은 고정수익이 기대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대부분 상품들의 운용수익률은 과거에 비해 그다지 높지 않은 게 현실이다. 주식시장이 장기간 침체된 데 따른 귀결이다.

수익성 양극화도 문제다. 증권당국에 따르면 최근 3년간 국내 증권사들의 수익성은 4분의 1로 축소됐다. 반면 해외IB는 국내 증권사와의 수익성 격차를 꾸준히 벌리며 작년 한해 수익률이 국내 증권사의 6배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됐다.

이런 상황에서 자본시장법 개정안마저 통과가 무산되자 증권사들은 자산규모만 늘어난 채 수익성은 하락하는 상황을 지켜봐야 했다. 그러다보니 일부 해외 지점을 가진 증권사에선 그간 행하지 않은 방식으로 역외쪽에서 운용을 연구하기도 한다.

한 증권사의 경우 랩(Wrap)이나 신탁(trust)으로 국내에서 펀딩을 한 뒤 국내보다 금리수준과 레버리지가 높은 국가에 투자하는 전략을 고심하고 있다. 해외에서 직접 자산을 운용하겠다는 것이다.

특히 국내에서 적용되는 각종 규제를 피할 수 있는 홍콩이나 싱가포르 같은 지역에서의 운용을 염두에 두고 있다고 한다.

더욱이 `절세'가 화두가 된 운용시장에서 이를 피하거나 줄일 수 있는 상품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한 증권사 해외지점 관계자는 "해외에서 자금을 운용하면 절세나 탈세도 가능하지만 사실상 이렇게 하면 불법이기 때문에 해외와 우리나라 시장상황의 차이를 이용해 수익성 향상을 꾀하는 쪽으로 신상품 개발을 연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형증권사 싱가포르 지점에 근무하는 한 관계자는 "싱가포르의 경우 상속세가 없다보니 연금보험을 큰 규모로 들어두고 수익자를 자녀로 해놓으면 부모 사후 자녀들이 보험금 타는데, 한국 같으면 그걸 전부 편법상속으로 보기때문에 그렇게 못하게 해놓거나 아님 세금을 물리는 것"이라며 "싱가포르는 상속세 자체가 없어 수익자를 아무나 지정해도 되고, 누가 받아도 세금이 없다 보니 상품개발이 자유롭고 여러가지로 운용 방법이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규제가 필요한 건 사실이지만 증권업계 측에서 보면 국내의 각종 규제가 투자자들의 수익을 맞춰주기엔 사실상 걸림돌이라는 얘기다.

상품개발이 자유로울 수 있는 환경은 기본적으로 외환과 채권, 레버리지 등에 대한 규제가 열려있는 시장을 말한다.

하지만 한국은 홍콩이나 싱가포르 처럼 금융으로 먹고사는 나라가 아니기 때문에 자동차와 전자, 선박, 플랜트를 만드는 산업의 보조역할이 중시돼 온 게 사실이다.

투자시장의 할성화가 국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할 때 탄력적인 관련 규제 완화와 자본시장통합법 개정이 절실하다.(산업증권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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