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장직에서 물러난 후 미국으로 돌아갈 서남표 KIST총장(왼쪽)과 김종훈 미래창조과학부 내정자(오른쪽)



(서울=연합인포맥스) 장순환 기자 = 박근혜 정부의 장관 인선에서 깜짝 발탁된 미래창조과학부 김종훈 내정자에 대한 다양한 기대와 우려가 교차하고 있다.

미래창조과학부는 박근혜 정권에서 신설되는 초대형 부처로서 전임자가 없어 김 내정자가 앞으로 정책 운용에 참고하거나 '반면교사'로 삼을 모델을 찾기 어려운 실정이다.

이에 정부부처는 아니지만, 미국에서 최고 경력을 인정받아 대한민국 최고 대학인 KAIST 총장으로서 보낸 6년 7개월간의 생활에 마침표를 찍는 서남표 총장이 김 내정자에게 큰 시사점을 안겨주고 있다.

서 총장은 매사추세츠공과대(MIT) 기계공학과 학장, 미국과학재단(NSF) 부총재 등 미국에서 화려한 경력을 가지고 한국에 돌아와서 KAIST 총장으로 대학개혁을 이끈 인물로 미국의 경력을 바탕으로 국내 요직에 발탁된 김 내정자와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뒤처진 IT경쟁력 회복이 급선무 = 서 총장은 KAIST의 경쟁력 강화를 위한 강력한 개혁정책으로 세계 198위 대학을 6년 만에 63위로 만들었다.

철밥통으로 불렸던 교수사회를 개혁하고 세계 최고의 공과대학인 MIT를 벤치마킹하면서 KAIST의 경쟁력을 강화했다.

김 내정자도 IT경쟁력을 높여야 하는 막중한 책임을 가지고 있다.

지난 5년간 국내 IT정책의 방향이 없었던 탓에 자타가 인정하던 국내 IT 경쟁력은 점점 약화됐다.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도 "지난 5년간 방송과 통신의 융합이라는 시대적 흐름에 따라서 출범한 방통위는 시너지 효과를 내지 못하고 우리 IT경쟁력지수도 많이 하락했다"고 평가했다.

실제 영국 이코노미스트 인텔리전스 유닛(EIU)이 발표한 IT산업 경쟁력지수에 따르면, 우리나라 IT산업 경쟁력은 2007년 세계 3위에서 2008년 8위, 2009년 16위, 2011년 19위로 급락했다.

박 당선자가 미국에서 벤처 사업가로 성공한 김 내정자를 미래창조과학부의 초대 수장으로 지목한 이유도 IT산업의 경쟁력 강화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있기 때문이다.

IT 산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선 뚜렷한 비전을 가지고 강한 개혁 정책을 펼진 서 총장의 추진력이 필요하다.

◇내부 소통으로 폐쇄성 극복이 과제 = 다만, 서 총장의 강한 개혁 정책이 항상 좋은 결과만 가져온 것이 아니라는 점도 김 내정자가 간과해선 안 될 부분이다.

서 총장이 개혁 정책을 추진하면서 교수들과 학생들의 반발에 부딪혀 잦은 마찰을 빚었고 이는 학생과 교수 자살이라는 비극을 불러왔다.

이는 초기 대학 개혁의 선봉자로 크게 평가받던 서 총장이 자진 사퇴라는 불명에를 안고 미국으로 돌아가게 되는 빌미가 됐다.

서 총장은 "로버트 러플린 총장 때부터 총장과 교수들 간 갈등이 이어져 왔지만, KAIST만의 문제는 아니다"라면서 "한국은 학교 내부에서 총장이 돼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외부에서 총장을 초빙해오는 것에 거부감이 있다"고 지적하며 한국 교수사회의 폐쇄성을 지적했다.

하지만, 미국 중심의 경험에서 오는 문화 차이와 소통의 부재는 꾸준히 제기되어온 서 총장의 단점이었다.

국내 공무원 사회도 교수 사회 못지않은 폐쇄성을 가지고 있다.

대통령이 임명하는 장관은 임기가 길어야 몇 년 되지 않지만, 공무원들을 관련 업무를 십여 년간 해왔기 때문에 정책의 일관성과 전문성에서 장관과 공무원의 마찰은 필연적이다.

또한, 김 내정자는 국내 기반이 약하기 때문에 더욱 미래창조과학부 내부에서 큰 목소리를 내기 어려울 가능성이 커 '독단'으로 흐르거나 종이호랑이로 전락할 가능성이 있다.

이에 서 총장의 소통 실패의 원인을 파악하고 함께 일하게 되는 조직원들과의 꾸준한 소통으로 새로운 미래창조과학부만의 문화를 만들 필요가 있다.

◇단기성과 뿐 아니라 큰 그림도 = 서 총장의 개혁 중 가장 큰 실패작으로 꼽히는 정책은 등록금제 개선이다.

평점 3.0이 되지 않는 학생은 수업료의 일부 또는 전부를 부담하는 게 골자로 학생들을 공부시키겠다는 취지였지만 학생 자살이라는 극단적인 결과를 만들었다.

이 같은 등록금제 개편은 서 총장이 단기간의 성과를 내려고 무리한 정책을 추진한 것이라는 비판이 끊이지 않았다.

김 내정자도 세간의 관심이 높고 기업가 출신인 만큼 단기적인 성과에 집중할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미래창조과학부는 교육과학기술부, 국가과학기술위원회, 지식경제부의 과학기술 관련 기능 등 국내 과학정책의 '백년대계'를 책임지는 자리이기 때문에 단기성과 뿐 아니라 큰 그림을 보고 정책을 추진해야 할 부문도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단기간의 성과에 치중한 정책은 학생들의 자살을 뛰어넘는 '악수'가 될 수 있다.

실제 방송통신위원회 내부에서는 "과거 기업 출신 장관들은 단기실적 위주로 움직이는 경향이 강했다"며 "국내 인지도가 약한 인물이기 때문에 단기적 성과 중심으로 흐를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한편, 서 총장은 오는 22일 학위수여식을 마지막으로 25일 신임 강성모 총장과 인수인계를 마친 뒤 미국으로 돌아간다.

서 총장은 KIST 총장으로서 지난 6년7개월간의 성과에 대해서 "하나부터 열까지 다 잘했다"고 자평했다.

앞으로 김 내정자가 장관직을 수행한 이후에 평가는 '자평'보다 모두가 동의하는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길 국민은 바라고 있다.

shja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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