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한재영 기자 = 금융당국이 보험사들의 자본건전성 악화를 막기 위해 위험기준자기자본(RBC) 제도 손질에 나서자 손보사들도 자본 확충에 분주한 모습이다.

당국의 개선안대로 RBC 비율을 산출할 경우 상당수 손보사가 당국 권고 수준을 충족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 손보사들 RBC 비율 '아슬아슬' = 금융당국의 RBC 규제 강화 방안에 따라 RBC 비율 산출 시 적용되는 신뢰구간을 99%로 가정했을 때 당국의 권고 수준은 200%다.

이 기준을 놓고 보면 '낙제'를 면하는 손보사는 삼성화재와 현대해상, 동부화재 등 일부 손보사에 그친다.





<그림설명: 최근 1년간 손해보험사 RBC비율(출처:손해보험협회)>

삼성화재의 2012년 12월말 기준 RBC 비율은 435.5%다. 앞선 6월말의 452.6%보다는 20%포인트가량 낮지만 당국의 권고치를 여전히 크게 웃돈다.

업계 2위권에 있는 현대해상과 동부화재의 RBC 비율은 각각 214.9%와 254.4%다.

현대해상이 권고치를 소폭 웃도는 수준이고 동부화재는 현대해상보다 사정이 조금 낫다.

다만 동부화재의 RBC 비율이 지난해의 261% 수준에 비해 하락했고 현대해상 역시 지난해 말에 219.8%였던 점을 감안하면 추가 하락 가능성도 있다.

저금리 지속에 따른 자산운용 수익 감소가 RBC 비율 하락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LIG손해보험과 메리츠화재는 RBC 비율 하락세가 두드러진다. 흥국화재와 한화손해보험은 RBC 비율이 당국의 권고치를 크게 밑도는 상황이다.

LIG손보의 RBC 비율은 지난 2011년 말 203.8%였지만 지난 연말에는 182.4%로 당국 권고치를 밑도는 수준까지 떨어졌다.

메리츠화재도 2011년 12월말과 지난해 6월에 각각 190.2%에서 180.9%로 낮아지더니 지난해 말에는 173.6%로 추가 하락했다.

흥국화재와 한화손해보험은 RBC 비율이 각각 161.1%와 165.5%로 당국의 권고치를 이미 크게 밑돈다.

롯데손보는 지난해 유상증자와 후순위채 발행을 통해 RBC 비율을 대폭 끌어올렸지만 197.8%로 여전히 당국 권고치 수준이다.

더케이손해보험과 차티스손해보험은 각각 228%와 253.2% 수준이지만 에르고다음은 RBC 비율이 128.7%에 불과하다. 악사손해보험은 172.1% 수준이다.

한화손보 관계자는 "당국의 구체적인 규제 가이드라인이 나오는 것을 봐서 자본 확충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 손보사들 자구책 '증자' 러시 = 손보사들이 자본 확충에 나서는 것은 금감원 개선안대로 신뢰수준이 상향 조정되면 보험사들의 RBC 비율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RBC 비율은 요구자본(위험량) 대비 가용자본 비율로 구하는데 신뢰수준이 올라가면 분모에 해당하는 요구자본이 커져 전체적인 RBC 비율은 하락한다.

금융당국은 내달부터 상향된 신뢰수준을 적용할 계획이었지만 자본확충 등 보험사들의 자구노력을 위한 물리적 시간을 고려해 오는 9월로 적용 시점을 늦췄다.

오는 9월 이후 신뢰수준 99%가 RBC비율 산출에 적용되면 업계 평균적으로 RBC 비율이 50~60% 추락할 것으로 금융당국은 보고 있다.

이러한 하락분을 고려해 당국은 업계에 RBC 비율을 최소 200% 수준은 유지하도록 권고하는 것이다.

당국의 제도 강화 움직임에 RBC 비율을 맞추기 위한 손보사들의 자본 확충 행보도 탄력을 받고 있다.

손보사들이 우선적으로 고려하는 방식은 증자를 통한 자본 확충이다.

후순위채 발행과 배당 축소 등의 방법이 있지만 증자가 가장 단시간에 리스크를 최소화하면서 RBC 비율을 개선할 수 있기 때문이다.

롯데손보는 지난해에 이미 737억원 규모의 유상증자와 500억원어치의 후순위채를 발행해 RBC 비율을 끌어올렸다.

RBC 비율이 낮아 고(高) 위험군으로 분류되는 한화손해보험은 당국의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이 제시되는 대로 자본 확충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RBC 비율이 업계 최하위로 집계된 흥국화재도 증자 필요성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한화손보는 지난해 9월 유상증자 추진을 묻는 조회공시에 사실 무근이라고 밝힌 바 있다.

jyh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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