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영재 기자 = 코스피가 시장 예상을 깨고 오랜만에 급등세를 보이고 있다.

이에 따라 국내 증시가 글로벌 증시와의 `디커플링(decoupling)' 상태에서 벗어나기 시작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20일 코스피는 오후 2시 현재 전일 종가보다 35.04포인트(1.76%) 오른 2,020.87을 나타냈다.

지수는 1,997.04로 출발해 오전 장중 2,000선을 회복한 데 이어 오후 장중에는 2,020선도 넘어섰다.

코스피의 상승세는 아시아 주요 주가지수와 비교해도 두드러진다.

같은 시각 도쿄증시의 닛케이225 지수는 0.92% 상승하는 데 그쳤으며 대만 가권지수의 상승률도 0.79%에 불과했다. 홍콩 항셍지수도 겨우 0.25% 올랐으며 중국 상하이종합지수는 0.07% 하락했다.

19일(현지시간) 뉴욕증시 주요 주가지수가 일제히 올라 코스피도 오를 것으로 전망됐지만 상승 폭은 예상을 뛰어넘었다.

코스피의 상승세를 주도하고 있는 것은 외국인이다. 외국인은 3천804억원 어치를 순매수했다. 외국인의 순매수액으로는 올해 들어 최대 규모다.

기관도 2천420억원 어치를 순매수하며 거들었다. 개인은 5천848억원 어치를 순매도했다.

외국인은 선물시장에서도 강한 매수세를 보였다. 코스피200 선물 시장에서 외국인은 1조166억원 어치를 순매수했다.

곽중보 삼성증권 연구원은 "최근 국내 증시와 글로벌 증시의 디커플링이 심했는데 외국인이 국내 증시가 저평가돼 있다고 판단하고 코스피 상승에 무게를 두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코스피가 디커플링에서 벗어날 경우 빠르게 상승하면서 글로벌 증시 주요 주가지수와 `키 맞추기'에 들어갈 수 있다.

홍성국 대우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외국인이 강한 매수세로 돌아선 점에 주목하고 "누적된 상승 요인이 환율을 비롯한 악재 소멸과 함께 폭발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달러-원 환율은 지난달 1,050원선까지 급락하며 주가에 부담을 줬으나 이달 들어서는 1,080원선 부근에서 정체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뱅가드펀드의 벤치마크 지수 변경에 따른 매물 부담이 해소되고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임노중 아이엠투자증권 연구원은 "정확한 배경은 파악하기 어렵지만 뱅가드펀드의 벤치마크 지수 변경과 관련된 매물의 스위칭이 진행되면서 매도세가 약해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코스피가 급등했지만 상승세를 이어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임 연구원은 "글로벌 유동성 증가로 위험자산 쪽으로 자금 이동이 진행되고 있는 상황"이라며 "코스피가 상승세를 계속할 것이라는 전망에 무게를 둔다"고 말했다.

기업 실적이 개선될 가능성이 낮기 때문에 아직은 상승세에 베팅하기 어렵다고 보는 신중론도 있다.

김형렬 교보증권 연구원은 "국내 기업 실적이 작년 4분기가 바닥인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며 "실적 개선 요인이 적어 실적 부진이 올해 1분기에도 계속될 수 있는 만큼 너무 앞서갈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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