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연방준비제도(Fed)의 양적 완화 조기종료 논란이 국제금융시장의 화두로 떠올랐다. 연준이 지난 21일 발표한 1월 통화정책 회의록이 불씨를 제공했기 때문이다. 이 회의록에 따르면 다수의 통화정책 위원들은 4차 양적완화(QE) 프로그램의 속도조절론을 제기한 것으로 나타났다.

회의록은 구체적인 인명을 거론하지 않기 때문에 누가 QE4에 손질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는지 알 수 없다. 다만, 최근 공개 석상에서 발언한 연준 인물들을 살펴보면 대강의 분위기를 짐작할 수 있다. 이와 관련해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주말판에서 현재 통화정책에 우려를 표시한 연준 내부 인물들을 소개했다. '버블캅(bubble cops)'으로 소개된 5명의 인물은 벤 버냉키 Fed 의장과 에스더 조지 캔자스시티 연방은행 총재, 에릭 로젠그렌 보스턴 연방은행 총재, 제레미 스타인 연준 이사, 버냉키 의장에게 2주에 한번 금융시스템에 대한 보고를 하는 넬리 량 연준 금융안정정책 연구소장이었다.

지금의 공격적인 통화완화 정책을 주도한 버냉키 의장이 포함된 게 이채롭다. WSJ이 그를 버블캅으로 소개한 이유는 지난달 14일 미시간대에서 한 연설 내용 때문이다.

당시 버냉키 의장은 "연준이 중앙은행의 두 가지 핵심 임무로 금융의 안정과 경제ㆍ통화의 안정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다소 원론적인 내용의 이 발언을 놓고 WSJ은 "버냉키 의장이 금융안정의 리스크(위험)와 관련한 저금리의 영향을 고민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일부 외신에 따르면 버냉키 의장은 사석에서 중앙은행의 양적완화(QE) 조치로 위험자산에 거품이 끼고 있다는 시장의 우려를 차단했다는 말도 나온다. 버냉키 의장은 이달 초 재무부차입자문위원회(TABC·Treasury Borrowing Advisory Committee)에서 시장참가자들과 만났는데 위험자산 거품에 대한 위험에 대한 말이 나오자 별로 걱정하지 않는 투로 대응했다고 한다.

그가 '버블캅'의 이름을 단 매파로 변신했는지 전통적인 비둘기파의 입장을 견지하고 있는지 이번 주에 판가름날 것으로 예상된다. 버냉키 의장은 오는 26~27일 상원과 하원에 출석해 반기 통화정책 보고를 한다. 1년에 두 번 하는 통화정책 보고는 연준의 통화정책 밑그림을 국민들에게 알리는 자리다. 금융시장 참가자 입장에선 버냉키 의장의 스탠스를 명확하게 파악할 좋은 기회다.

교수 출신답게 명쾌하게 설명하는 버냉키 의장의 스타일을 생각하면, 이번 두 번의 정책 보고는 연준의 양적완화 조기종료 논란을 끝내는 계기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전문가들은 "미국의 재정불안 논란이 지속되고 있는 만큼 버냉키 의장이 연준의 양적완화가 필요하다는 취지의 발언을 할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1월 FOMC 회의록에서 논란이 된 양적 완화 조기종료 논란에 대해서는 본인의 입장을 명확하게 밝힐 것으로 관측된다.

에탄 해리스 뱅크오브아메리카 메릴린치 공동 헤드는 "버냉키 의장이 (양적완화 조기종료) 논란의 중심을 잡는데 주력할 것"으로 전망했다. (국제경제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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