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외환은행 매각이 마무리 되었다. 론스타는 2003년 인수 후 8년 만에 4조6천억원 규모의 수익을 거두었으며, 하나은행은 한동안 계속되던 각종 금융회사 인수실패를 마감하고 자산규모 국내 3위의 금융사로 도약했다.

표면적으로만 보면 부실화된 금융기관을 외국 투자자가 인수하여 정상화한 후 국내 대형 금융기관에 매각한 전형적인 프라이빗에쿼티(Private Equity) 거래인 이 사안이 어떤 이유로 10년에 가까운 오랜 기간 동안 한국금융의 후진성의 대명사로 자리해 왔을까. 뿐만 아니라 어렵게 결정된 금번 매각결정이 각계의 집중적인 반발과 비난을 받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 사안에 대한 전반적인 평가는 잘못 끼운 첫 단추와 이어지는 어설픈 또는 무리한 대응이 사태를 최악으로 몰고 갔다는 점에 있다. 금융당국이 급한 마음에 해외 투기자본을 끌어들인 데서 비롯된 절차상의 하자는 사후 잘못을 시인할 수 없는 정부와 국부유출 등의 다분히 과격한 감성적 반대전략을 밀어붙인 야당과 노동계가 가세하며 걷잡을 수 없는 미궁에 빠지게 된다.

어느 순간부터 정치적 사안으로 변질된 합병은 누구도 책임지지 않고 누구도 언급하길 꺼리는 문제가 되어버렸다. 아마도 론스타가 차익을 실현하기 위해 매각을 추진하지 않았다면 동 사안은 모두가 잊으려 하는 나쁜 기억으로만 남았을 수도 있었을 것이다

두 차례에 걸친 매각계약과 이의 무산, 높아가는 국내의 부정적 여론 및 싸늘한 해외 시각 등으로 론스타의 외환은행 매각은 승인 외에는 다른 방법이 없는 방향으로 발전해 갔고, 다만 그 시기와 매수자, 매수가격만이 정해지지 않았을 뿐인 문제가 되었다. 매각 승인 후의 야당 및 노동계 등 각계반응도 예상에서 한 치도 벗어나지 않는 모습이다.

어쩌면 일이 이렇게까지 잘못될 수 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이다. 과거의 잘못으로 인한 파장은 향후 상당기간 심각한 후유증이 있겠지만 결국은 가라앉을 것이다. 모든 소동이 진정되고 나면 남는 것은 무엇일까. 또 이번 일로 얻는 것도 있을 것인가.

그간 해외언론은 한국금융시장의 폐쇄성과 무원칙을 성토하며 국제 금융시장에서 한국이 외환은행 매각과 관련된 부정적인 인식을 극복하려면 오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할 것이라는 점을 지적해 왔다. 비단 해외의 지적때문이 아니더라도 되풀이하고 싶지 않은 경험이며 앞으로 일어나서는 안될 사건이다

미숙한 대응은 경험으로 고쳐갈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리더십과 책임의식의 부재, 당리당략으로만 작동하는 현재 한국의 의사결정 시스템은 금융시장에서 두고두고 한국의 급소가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떠나지 않아 개운치 않다. (산업증권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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