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연락처 dollar@kita.net

▲최근에 나는 여기저기 불려다니느라 꽤 바빴다. 대구로, 부산으로, 창원으로. 자문도 많았고, 강의요청도 많아 정신없는 나날이었다. 딴 게 아니다. 환율 때문이다. 알다시피 올해 들어 달러-원 환율이 ‘롤러코스터’ 장세를 연출하며 춤을 추었으니 그로 말미암은 무역업체들의 요청이 많았다. 한때 달러-원이 1,050원을 당장에라도 무너뜨리고 즉각 900원대로 진입하는 분위기인지라 수출에 목을 건 기업으로서는 ‘죽을 지경’이었을 터. 그러기에 나같은 사람들을 불러 환율전망, 환리스크 관리기법 등을 알아보려는 것이었다.

그런데 환율이 요동치는 와중에 무역관련 업체의 여러 사람을 만나면서 나는 재미있는 사실을 발견하게 되었다. 그들 - 특히 기업의 규모가 작을수록 - 은 선물환이나 환변동보험 혹은 통화선물 등과 같은 환리스크 관리, 헤지기법을 실행하는 일에는 그다지 흥미있어하지 않았다. 왜일까?

'헤지(hedge)’는 속성상 동전의 양면을 가지고 있다. 리스크를 없애지만 동시에 수익을 얻을 기회도 날린다. 위험이 사라지는 것은 바람직하지만 그렇다고 수익을 얻을 기회도 놓치는 것은 내키지 않은지라 그들은 주저하는 것이었다. 그러면서 “헤지 효과도 얻으면서 아울러 수익도 챙기는 방법은 없느냐?”고 묻는데... 여보쇼, 세상에 그런 ‘꿩 먹고 알 먹는’ 일이 어디 있겠소?

하나를 얻으면 하나는 포기해야 한다. 둘 다 가질 수는 없는 법이다. 환차익을 노리려면 환손실을 입을 각오하든가, 그게 싫다면 헤지하는 방법밖에는 없다. 그런데 헤지에 소극적인 업체일수록 나에게 ‘환율전망’을 묻는 데에는 적극적이었다. 하지만, 내 의견이 무슨 소용이 있나? 예컨대 내가 “앞으로 달러환율 오를 것”이라고 예측한다 해서 그렇게 된다는 보장은 없다. 내가 책임질 것도 아니다. 그럼에도, 그들이 내 의견을 물어보는 이유는 뻔하다. 핑계를 삼고 싶은 게다. 김 아무개가 그렇게 이야기하더라는 것을 핑계로 환차익에 베팅하였다가, 결과가 나쁘면 그 김 아무개를 욕하는 일로 위안을 삼으려는 것이다.

작전은 좋지만, 그래 보았자 뭐하나. 아무 소용없다. 기업이 애당초 환차익 얻을 목표로 설립된 것이 아닌 바에야 일찌감치 위험을 제거하고(물론 수익을 얻을 기회도 날아가지만) 안정적인 기업경영에 힘쓰는 것이 옳다. 그게 정도(正道)이다. 너무 뻔한 이야기? 그런데도 현실은 그렇지 않으니 참 답답하다.

(코스피지수 주간전망)

현재, 코스피지수의 추세는 누가 보더라도 상승세이다. 나는 일목균형표를 주로 살피지만, 굳이 복잡한 일목균형표가 아니어도 된다. ‘삼척동자도 아는’ 이동평균선만으로 충분하다. 5일선과 20일선이 ‘골든크로스’를 나타낸 지 오래고, 코스피지수는 5일선마저 뒤로 하여 훨훨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20일선의 방향도 뚜렷하게 우상향으로 나타나고 있으니 의심할 여지조차 없다.

혹시 추세가 급격하게 바뀌지는 않을까? 그럴 가능성은 (전혀 없지는 않으나)매우 낮다. 20일 이동평균선이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는데 추세가 급격하게 죽어버리는 경우는 현실적으로 매우 드물다. 우리는 종종 극적인 반전을 꿈꾸지만, 추세가 순식간에 상승→하락으로 뒤바뀌거나 혹은 하락→상승으로 급전하는 일은 가능하지 않다. 20일선의 방향으로 본다면 V자 모양의 날카로운 추세반전보다는 U자 형태의 완만한 반전이 더 많이 나타난다. 더구나 지금은 20일선이 상승하고 있지 않은가? 그러니 추세전환은 논의의 대상이 아니다. 추세에 동반할 때다.

아래로 2,000선은 5일선이 걸쳐있는 데다 심리적 지지선이고, 아울러 구름의 상단이기도 하므로 이래저래 강력한 지지력을 발휘하리라 기대된다. 조금 더 아래쪽을 본다면 1,980이 일목균형표의 기준선과 20일선이 겹치는 수준이니 역시 막강한 지지선이 되겠다. 그러나 여기서 지지선을 운위하는 것은 ‘혹시’를 생각한 것이지 조정을 의식하기 때문이 아니다. 사실을 말한다면 지금은 지지선을 기대하거나 조정을 기다리기보다는 적극적으로 나설 때라고 판단된다.

지난주에 나는 이 자리에서 “지금이라도 사는 것”이 옳다고 주장하였다. 추세가 뚜렷하기 때문이었다. 추세를 믿는다면, 망설일 이유는 없다. 지금도 마찬가지. 똑같은 주장을 반복한다. 안개가 걷혔는데, 시야가 또렷한데, 뭐가 겁나는가? 추세에 동반하는 것이 정답이다.

(달러-원 주간전망)

환율도 코스피지수처럼 추세가 뚜렷했으면 좋겠다. 그러면 ‘안심하고’ 추세를 따르라고 주장할 수 있을 터. 그런데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달러-원은 추세가 참으로 애매하다. 이동평균선이라면 20일선과 5일선이 마치 재래시장 빵집의 꽈배기 꼬이듯이 서로 뒤엉켰다. 며칠 전에는 5일선이 20일선 위에 있다가 지금은 되레 5일선이 20일선 아래로 내려섰다. 하지만 이동평균선의 방향으로는 당장에라도 5일선이 20일선 위로 다시 상승할, 즉‘골든크로스’를 나타낼 참이다. 이래서는 도무지 추세를 판독할 수 없다.

일목균형표라도 달러-원의 추세를 ‘일목요연’하게 나타내준다면 좋겠는데, 이것 역시 마땅하지 않다. 환율은 구름 상단을 뚫고 위로 올라서 있으므로 그것만 본다면 현재의 추세를 상승세로 판단할 수는 있다. 그러나 추세의 강도를 따진다면 그런 것도 아니다. 추세의 힘이 미약하다. 상승세가 뻗어나려면 무엇보다도 전환선이 쑥쑥 살아가고 그 뒤를 기준선이 받치는 맛이 있어야 하거늘, 달러-원의 경우는 영 아니다. 전환선만 하더라도 되레 밀리는 모습인지라답답하다.

약간의 믿는 구석이라면 구름의 상단이 1,075원 혹은 그보다 더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다는 점, 그리고 후행스팬도 26일전의 캔들과 호전되었다는 사실이다. 그러므로 넓게 보아 아직은 상승세라고 우길 수 있다는 정도.

추세가 또렷하지는 않으나 최소한 하락세는 아니며, 굳이 분류하여 상승세의 범주에 넣을 수 있다면 그래도 방향은 대략 정해지겠다. 이번 주 달러-원은 일단 박스권의 움직임을 보이면서 약간씩 위로 움직이려 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주 금요일의 캔들차트에서 1,080원까지 긴 아랫수염이 달렸다는 것은 그만큼 그 언저리에 지지세력이 많다는 의미이다. 반면 위로는 1,090원이 당장에 저항선으로 눈에 뜨인다. 결국, 1,080~1,090원의지루한박스권 움직임을 예상하여야 하겠다.



(서울=연합인포맥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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