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최진우 기자 = 동부그룹이 외부 전문가를 핵심 계열사의 경영진에 앉히면서 새로운 진지를 구축하고 있다. 특히 전자계열에서 사장급 임원은 모두 외부인사로 채워졌다.

순혈주의보다는 경험있는 전문가를 내세워 그룹 전체의 경쟁력을 높이려는 김준기 회장의 의도가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동부, 핵심 계열 대표 3분의 2가 외부 인사 = 동부그룹은 동부메탈 대표이사 자리에 우종일 동부팜한농 대표이사 부회장을 선임했다고 전일 밝혔다.

지난 1981년 부장으로 동부에 합류한 우 부회장은 2년 만에 다시 동부메탈 대표 자리로 돌아오게 됐다.

이에 따라 동부팜한농의 수장 자리는 재무통인 최석원 전 LG생활건강 대표이사가 앉았다.

다른 계열 역시 외부 인사가 지휘봉을 잡고 있다.

동부팜한농과 동부메탈을 포함해 동부의 주요 계열사인 동부건설과 동부제철, 동부화재, 동부생명, 동부하이텍, 동부익스프레스, 동부저축은행, 동부증권, 동부CNI, 대우일렉트로닉스 등 핵심계열사의 대표이사ㆍ사장 이상급 15명 중 10명이 외부인사다.

특히 전자계열에서 외부출신을 중용하는 현상이 두드러진다.

동부는 오는 3월부터 동부의 전자계열의 이끌 수장으로 오명 전 부총리 겸 과학기술부 장관을 발탁했다.

이에 앞서 지난달 15일 인수한 대우일렉 신임 대표에 이재형 동부라이텍ㆍ동부LED 부회장을 선임했다. 삼성그룹 비서실 출신인 이 부회장은 삼성 구주총괄과 정보통신부문장, 미주총괄을 거친 대표적인 '삼성맨'이다.

이 대표와 함께 대우일렉의 미래를 그릴 최고운영책임자(COO)와 최고재무책임자(CFO) 역시 각각 이성 대우일렉 전 대표와 이재국 전 CJ GLS 대표가 발탁됐다.

전자계열의 핵심축인 동부하이텍의 최창식 대표 역시 삼성SDI 에너지사업부(부사장)의 수장을 역임한 인물이다. 최소한 핵심 전자계열에서만큼은 동부 출신이 단 한 명도 없는 셈이다.

동부익스프레스도 한진 출신인 정주섭 대표, 고원종 동부증권 대표도 해외 투자은행(IB)에 몸담았었다.

업계 최우량을 꼽히는 동부저축은행 이끄는 김하중 동부저축은행 행장ㆍ부회장도 한일은행에 있다가 지난 1982년 동부증권으로 자리를 옮긴 사례다.

그룹의 지주회사 격인 동부CNI는 한국은행 출신인 곽제동 대표와 체이스맨하탄 은행 부사장을 역임한 이봉 대표가 각자 대표로 이끌고 있다.

김 회장을 포함해 김 회장과 동서지간인 윤대근 CNI 회장과 이순병 동부건설 대표, 김정남 동부화재 대표, 이종근 동부제철 대표, 이성택 동부생명 등 5명만이 평생을 동부에서 몸담았다.

◇ 그룹 역사 짧아…임원 4명 중 1명은 삼성 출신 = 동부가 외부 출신을 각 계열 수장으로 앉히는 것은 그룹의 역사가 짧아서다.

1969년 미륭건설(현 동부건설)이 모태인 동부는 지난 2011년 기준 56개 계열사 57개의 사업부문으로 사업 다각화를 진행했다.

그러나 전자를 비롯해 농업과 금융 등의 계열은 최근 20년 사이에 확장한 영역이다. 따라서 외부인재를 영입해 지휘를 맡길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불가피한 상황이라면 초일류 기업 출신의 인재를 수장 자리에 앉혀 벤치마킹하자는 것이 김 회장의 전략이다. 삼성과 GE, 대림, 포스코 등 각 부문에서 선두를 유지하는 기업의 인재가 영입 대상이었다.

특히 삼성과 같은 경우는 유수의 기업이 IMF 시기에 무너질 때도 극복하고 오히려 더욱 성장했다는 점을 주목했다.

실제 김 회장은 올해 열린 임원 워크숍에서도 "남의 것을 모방해서 더 낫게 만들면 더욱 위대한 일"이라면서 "윗사람부터 솔선수범해 벤치마킹을 열심히 해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김 회장의 이런 구상은 지난 2001년 이명환ㆍ임동일 전 부회장 등 삼성출신을 그룹 내 수장으로 앉히며 가시화됐다. 삼성의 시스템 경영과 동부 고유의 특징을 엮어 그룹 고유의 경영시스템을 만들기 위해서다. 지난 2006년 한때에는 전체 임원 중 외부 인사가 60%에 육박했고, 이 중 삼성 출신이 55% 수준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말 기준 동부그룹 임원 290명 중 외부 출신은 약 50%이고 삼성 출신이 이중 절반 가량을 차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동부 관계자는 "김준기 회장은 외부 인재수혈이 동부 성장의 원동력이라는 생각을 하고 있다"면서 "동부는 임원도 공개채용 방식으로 영입하는 '오픈'된 기업임을 이해해야 한다"고 말했다. 동부는 지난 2000년부터 매년 임원을 공채로 뽑았다.

외부인재의 영입 효과는 톡톡히 본다는 것이 동부의 평가다.

삼성과 대림, 포스코 등 각 영역에서 특화된 인재를 통해 동부 고유의 특성과 접목해 '동부경영시스템'을 완성한 것이 대표적이다. 동부경영시스템에서는 3년ㆍ5년 경영계획을 세워 성과평과 및 점검의 기준으로 '스탠다드 경영계획'을 제시한다.

이에 기반을 둬 대우일렉도 삼성(이재형 부회장), 대우(이성 사장), CJ(이재국 사장) 등 시스템 경영에 익숙한 기업의 임원 출신을 배치해 후발주자로서 성장을 도모하고 있다.

동부팜한농도 2천700억원 규모의 리파이낸싱 이슈를 해결하고, 고객과의 관계를 확대하려는 의미에서 LG생활건강 대표이사 출신의 '재무통'인 최성식 사장을 최근 영입했다.

동부 관계자는 "다른 그룹보다 30~40년 늦게 창업한 동부가 짧은 시간에 현재의 위치에 오를 수 있었던 것은 인재"라면서 "그러면서도 외부 인물과 기존 인물 간 다툼이 없다는 점은 유례를 찾아보기 어려운 일"이라고 말했다.

jwchoi@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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