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기억 칼럼> "체력"과 "영어"
<최기억 칼럼> "체력"과 "영어"
  • 승인 2013.03.05 08: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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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인포맥스) 대동강 물도 풀리고 겨울잠 자던 개구리가 뛰어나온다는 경칩(驚蟄) 날이다. 밤이 조금씩 짧아져 겨우 내 움츠렸던 몸을 풀고 운동하기 좋은 계절이 왔다.

이번 주 국내외 금융계의 화제는 단연 신제윤 기획재정부 1차관이 금융위원장에, 일본에서는 구로다 하루히코(黑田東彦) 전 아시아개발은행(ADB) 총재가 일본은행 총재에 내정됐다는 소식이다. 양국 국회 인사 청문회를 앞둔 두 인물의 공통점은 모두 '체력'이 탁월하고 '영어'가 출중하다는 점이다.

체력 면에서 김중수 한국은행 총재도 출중한 것으로 유명하다. 그는 열정적인 업무 수행에 흐트러짐이 없고 잦은 해외 출장에서도 "시차적응 못하는 사람을 이해하지 못하겠다"고 일갈한다고 한다.

'體力(체력)은 國力(국력)이다'. 중·고교시절 교무실과 복도에서 흔히 볼 수 있었던 박정희 전 대통령의 휘호는 세월이 흘렀지만 유효한 진리인 셈이다. 김영삼 전 대통령도 정치인의 요절을 한탄하며 '머리를 빌릴 수 있어도 체력은 빌리지 못한다'며 열심히 건강달리기를 했다.

예전 미국 연수 갔을 때 이들 지도자의 건강 어록을 새롭게 곱씹을 수 있었다. 2~3일 도서관에서 날밤을 새고도 끄떡없는 미국 대학생의 체력 앞에 매일 막걸리와 소주에 곯은 저질 체력의 청년은 망연자실했다. 젊은 백인 여학생이 며칠밤을 지새우며 공부를 지속할 수 있었던 것은 50미터 세로 길이 풀장을 두 시간씩 쉬지 않고 헤엄칠 수 있는 체력이 뒷받침된 때문이었다. 돈도 지위도 명예도 지식도, 모든 것이 체력 없이는 허사라는 혜안은 인생사 핵심을 간파한 철리(哲里)였다.

체력뿐만 아니라 신제윤 내정자나 구로다 내정자, 김중수 총재 모두 영어에 능통한 인물이라는 공통점도 있다. 이들은 국제 금융무대에서 국가의 위상을 한 단계 끌어올리는 역할을 하고 있다.

통상 한국과 일본의 관료들은 각종 국제행사에서 꿔다놓은 보릿자루 같다는 평가를 받기로 유명하다.

이번에 신제윤 내정자는 젊은 시절 카투사 군(軍) 복무 때부터 실전 영어를 다지며 영어책을 수불석권(手不釋卷)했고, 구로다 내정자도 영국에서 공부한 국제 통이다. 이들이 그동안 쌓은 국제 인맥은 위기의 시대에 파고 높은 풍랑을 헤쳐나가는데 큰 역할을 할 것이다.

수차례의 금융위기를 겪으면서 국가정책의 수립과 운영에 국내 통이 아닌 국제 통이 필요하다는 컨센서스가 우리 사회에도 필요하다. 국내 금융정책이 국제 금융계의 협력과 도움 없이 홀로된 섬처럼 수행되기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완전 대외 개방형 경제체제인 우리나라에서 새 정부 신임 경제 관료들이 죄다 국내용이라서 걱정스러웠는데, 이번 인선은 이런 우려를 조금이나마 불식시켜 주고 있다. 대내외 위기관리와 국제무대의 활약과 위상 강화를 위해 지금까지 길러놓은 국제 금융통들을 좀 더 활용할 필요가 있을 것 같다.

(취재본부장/이사대우)

tscho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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