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최진우 기자 = 신용협동조합과 금고 등 상호금융기관들이 올들어 봇물을 이루고 있는 담보부사채를 매입하는 큰 손으로 등장하고 있다.

이들 기관은 그간 서민들을 대상으로 높은 금리를 주면서 예금을 받기 위해 소위 '리테일 채권'으로 분류되는 비우량 회사채를 주로 인수해 가던 곳들이다.

하지만 회사채 시장의 신용리스크가 커지자 위험 관리 차원에서 리테일용 회사채 매입을 꺼려 왔고, 자산운용에 큰 어려움을 겪어 왔다.

이런 와중에 가치가 비교적 높은 담보를 제공하면서 안정성을 높인 담보부사채가 등장하자 적극적으로 이를 인수하는 주요 매입처로 부상하고 있는 것.

6일 금융시장에 따르면 지난 1월과 2월 발행된 1천400억원 규모의 동부팜한농, 460억원 규모의 동부메탈 담보부사채가 2주만에 리테일 창구를 통해 모두 팔렸다.

주로 사들인 곳은 신협과 농협, 수협, 산림조합, 새마을금고 등 상호금융기관이었다.

리테일 채권 시장의 '큰 손'이었던 이들 기관은 지난해 웅진홀딩스가 법정관리에 들어가고 회사채 시장의 경색이 확대되자 회사채 투자 비중을 확 줄였다.

그러나 지난해 말 비과세 혜택이 연장되자 연 3% 중반의 금리를 받을 수 있는 상호금융기관으로 시중 자금이 지속적으로 유입되면서 역마진 문제가 불거졌다.

여기에 금융감독원의 상호금융기관 건전성 강화 방침에 따라 농협중앙회와 신협중앙회가 지난 달 1일 예치금 금리를 각각 0.1%와 0.05%로 인하까지 했다.

신협은 한 발짝 더 나가 지난 달 10일 0.1%의 금리를 더 낮췄다.

중앙회 예치금이란 각 상호금융기관의 단위조합에서 중앙회에 맡기는 돈이다.

지난 2011년 말 3조3천억원이던 예치금 규모는 작년 말 기준 5조1천억원으로 1년 사이에 54.5%가 늘었다.

또 저금리 기조에 따라 우량 'A'급 회사채도 금리가 3%대 초반 수준밖에 안 되고, 그나마 물량도 적어 자금을 운용할 곳이 제한된 상황이었다.

상황이 이렇자 상호금융기관은 최근 발행이 잇따르고 있는 담보부사채에 눈길을 돌렸다. 금리가 상대적으로 높고 담보 제공으로 안정성은 높아진 영향 때문이다.

증권사의 회사채 담당자는 "특히 신협에서 담보부사채에 대한 수요가 가장 많았다"고 귀띔했다.

신협은 예대율이 지난 2008년 76.6%에서 지난해 9월 말 66.2%로 떨어질 정도로 자금 운용의 어려움이 커지고 있다.

4%가 넘는 이자를 주는 동부계열의 담보부사채는 상호금융기관 입장에서 매력적일 수밖에 없었다.

지난 1월에 발행된 3년물 동부팜한농 담보부사채의 금리는 4.10%, 5년물은 4.40%다. 동부메탈이 지난달 찍은 동부메탈의 3년물 발행금리도 4.40%에 달한다.

더구나 동부팜한농이 제시한 '발행액 대비 담보가액'은 130%, 동부메탈은 109%로 부동산 가치가 크게 변하지 않는 이상 안정적이다.

담보부사채 발행을 담당했던 증권사의 한 관계자는 "비우량채 시장이 경색되고 저금리 기조는 이어지면서 담보부사채는 상호금융기관의 입맛에 딱 떨어진 상품"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수요자가 많은 상황에서 비우량 신용등급을 보유한 회사들 역시 이자 비용을 대폭 낮출 수 있어 담보부사채의 발행 유인은 큰 편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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