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장외파생거래 중앙청산소(CCP) 도입과 지난해 개정된 상법 관련 사항이 포함된 자본시장법 개정안이 지난 4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를 통과됐다. 하지만 정작 금융투자업계에선 자본시장법 개정안 핵심 내용이 거의 모두 빠진 채 통과됐다는 탄식이 나온다.

특히 대형 증권사들의 선진형 투자은행(IB)의 발전 촉진안이 빠진 것에 대해 업계 안팎의 실망감이 이만저만 아니다.

KDB대우증권, 삼성증권, 우리투자증권, 한국투자증권, 현대증권 등 자기 자기자본 3조원 자격을 갖추고 기다리던 기관들은 더더욱 그런 모습이다.

업계의 비용 축소와 관련해 기대를 모았던 대체거래시스템(ATS) 도입도 무산됐다.

시장 일각에선 새 정부와 국회가 자본시장법 개정안의 중요성을 간과하는 게 아니냐는 말까지 나온다.

결론적으로 증권을 포함한 금융시장 상당수 관계자들의 의견은 금융권이 본연의 임무를 효율적으로 하기 위해 자본시장법 개정이 꼭 필요하다는 것이다.

금융산업은 자금의 분배 기능을 하는게 가장 기본이다. 사회에 쌓인 부와 밖으로 부터 들어오는 유동성을 효율적으로 배분해서 경제활동이 잘 이루어지도록 하는게 임무라고 할 수 있다.

금융기관 중 은행, 보험은 자통법 이후에도 벽으로 막혀있다보니 투자금융업자만 놓고 얘길하면 업종간 장벽으로 할수있는 업무에 제한이 크다. 투자은행 역할을 해야할 증권사가 브로커리지, 펀드판매 등 각종 운용사의 판매창구 역할밖에 못하는 실정이다.

각종 IB딜들, M&A나 채권발행 등 업무에서 제역할을 못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특히 외화채권 발행주간 등은 대부분 외국계 IB들의 독점 상태다. 이런 부문에서 국내 기관들이 역량을 키워야 먹거리도 늘고 역할 자체도 유의미해 지는데 지금은 외사 상품의 판매채널 역할이 주업으로 전락한 상태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일례로 호주 금융기관들의 경우 국내 경쟁심화로 수익성 개선을 위해 해외진출한 사례는 한국과 비슷하지만 발전 정도에서 큰 차이를 보인 이유가 바로 투자은행 업무 역량에서 차이가 있어 그렇다는 분석을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국내 증권기관들은 선진국과 달리 원화채 주간 등은 서로 `제살깎기' 경쟁에 몰입하면서 외화채권 주간은 해외 기관들에게 다 내주고 있는 형편이다. 자국 발행자 시장을 이리 철저히 내준 경우는 드물 것이다. 이 경우 특히 문제가 되는 것은 금융시장에 외풍이 몰아닥칠 때다. 금융산업 역량이 떨어지면 위기 시 대응이 여의치 않기 때문이다.

국내 은행 등 자금조달 기관이 작은 위기에도 휘청하는 것은 결국 외화조달이 취약하기 때문이다. 금융기관의 `덩치키우기'가 제한돼 있다는 것도 문제지만 조달한 외화를 굴리는 곳이 한정되다보니 기업과 함께 부실화되기 마련이다.

신용분석에 약하고 운용처는 한정돼 있고, 그러다보니 위기에 약한 구조가 되고 만 것이라는 통렬한 지적에 귀를 기울이지 않을 수 없다.

투자금융사들의 현실은 펀드 많이 팔고 주문 유치 경쟁을 통해 수수료 수입을 늘리는 게 지상과제가 돼 버린지 오래다.

따라서 전문가들은 자통법의 취지대로 분할된 시장간 연결이 가능하다면 `1+1=2'가 아니라 3이나 4의 결과가 나올 수 있다는 주장을 하고 있다.

한 투자금융사 프라이빗뱅킹(PB) 부문 관계자는 "해외 PB들과 국내 PB와 비교하면 한국내 사정은 한심스럽다"며 "한국의 PB는 `VIP라운지(Lounge)' 역할밖에 못하는 게 솔직한 심정이지만, 해외 PB들의 경우 환, 채권, 주식, 보험, 투자자문 등을 원스톱으로 제공하는게 가능하다"고 말한다.

예를 들면 보험 하나를 팔아도 펀딩과 연계해 보험료 대출해주고, 보험료 지급 발생시엔 신용공여가 투입되는 등 연관된 업무를 자꾸 만들어 가면서 넓게는 고용창출 역할도 해 낸다는 주장이다.

종종 `국내 금융산업 취약하다', `왜 삼성전자 같은 금융회사가 안나오냐'고 비판의 목소리가 금융업계 안팎에서 나오지만 `혹시 부실화되면 어쩌나'하는 마음에 당국은 금융산업을 규제로 묶으려고만 하니 항상 제자리일 수 밖에 없다는 자조적인 의견도 있다.

한국은 금융보다는 배나 자동차 만들어 돈을 벌어온 나라임엔 틀림없다. 하지만 산업이 커진데 비해 금융이 너무 허약해 기업들이 해외 대형프로젝트를 따와도 국내 금융기관이 뒤처리를 능숙하게 해내지 못한다는 비판을 면할 수 없는 상태가 됐다.

증권과 금융산업 전체가 적어도 산업의 보조역할은 할 정도로는 커져야 하지 않을런지, 자본시장 통합법 개정안 국회 논의에 즈음해서 다시 생각해봐야 한다. (산업증권부장)

tedd@yna.co.kr

(끝)
저작권자 © 연합인포맥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