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장용욱 기자 = 삼성전자가 일본 전자업체인 샤프에 지분투자를 결정함으로써 '대형 TV 공략'과 '애플 견제'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게 됐다.

삼성전자는 지난 6일 샤프의 지분 3%를 104억엔(약 1천200억원)에 인수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이번 지분 인수가 완료될 경우 삼성전자는 샤프의 5대 주주가 되고, 금융기관을 제외하면 1대 주주가 된다.

삼성전자의 이번 투자의 주된 목적은 '대형 LCD TV' 시장에서 안정적인 패널 수급을 하기 위함이다.

시장조사 기관인 디스플레이서치에 따르면 지난 2010년 TV 시장의 2.2%에 불과했던 60인치 이상 대형TV 시장은 최근 연간 100%가 넘는 성장률을 보이고 있어 오는 2015년에는 9.8% 규모로 커질 전망이다.

이 때문에 삼성전자도 올해 초 미국에서 열린 세계 최대 가전전시회 'CES(Consumer Electronics Show)'에서 110인치 'UHD TV'를 공개하는 등 대형TV 라인업 확대에 나서기 시작했다.

이를 위해 삼성전자로서는 대형 LCD 패널 부문에서 경쟁력이 있는 샤프와 협력이 필요했던 것이다.

실제로 샤프는 1조엔(약 12조원) 이상을 들여 완공한 10세대 공장을 보유하고 있다. 이곳에서 생산되는 60인치 이상 대형TV 패널의 규모는 전 세계 출하량의 73%에 달한다.

반면, 삼성전자는 이보다 LCD 규격이 작은 8세대 공장을 운영하고 있다.

따라서 삼성전자로서는 대형 패널을 가장 싸게 공급할 수 있는 샤프에 투자하는 것이 대규모 투자 없이도 안정적으로 물량을 확보하는 길인 것이다.

소현철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샤프 출자로 삼성전자는 약 4조원의 투자가 필요한 10세대 LCD라인 건설 없이도 10세대 LCD를 안정적으로 공급받을 수 있게 됐다"고 분석했다.

김동원 현대증권 연구원도 "삼성전자는 이번 샤프 지분 취득에 따라 장기적으로 투자금액의 100배가 넘는 가치를 창출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특히 삼성전자는 샤프와의 제휴로 LCD 설비투자 부담을 완화해, 차세대 패널로 불리는 OLED(유기발광다이오드)에 대한 투자 여력을 더 확보할 수도 있게 됐다.

이와 함께 삼성전자의 이번 샤프 투자는 경쟁사인 애플을 견제하는 효과도 있다.

현재 애플 주요 기기 내 샤프의 점유율이 25~30% 수준일 정도로 양사는 협력관계를 유지해왔다.

하지만 이번에 재무악화로 위기에 놓였던 샤프에 삼성전자가 긴급수혈을 해줌으로써 앞으로 샤프가 삼성전자에 부품을 우선 공급할 가능성도 있다.

그 경우 애플로서는 샤프로부터 안정적인 부품공급에 차질이 생길 수 있는 것이다.

나카네 야스오 도이치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와 샤프의 제휴로 향후 애플에 대한 샤프의 공급에 제약이 생길 수 있다"며 "따라서 삼성전자의 샤프 투자 결정은 애플과의 경쟁에서 유리한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최지수 교보증권 연구원도 "샤프가 삼성전자에 대한 물량을 늘리면 애플이 물량 확대에 상대적으로 제약을 받을 수 있다"며 "결국 삼성전자는 이번 제휴로 애플에 대한 견제가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yuja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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