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규창 기자 = 대기업들이 경기 침체 속에 서로 난타전을 벌이고 있다.

기술 특허 분쟁부터 시장 점유율 입씨름은 물론이고 부당 행위 폭로전까지 나타났다. 이는 경쟁에 따라 항상 있는 불가피한 현상이기도 하지만, 최근에는 전자와 이동통신, 유통 등 업종을 가리지 않고 확산되는 분위기다.

재계 관계자들은 7일 이에 대해 대기업들이 경기 침체 속에 실적 스트레스가 심한데다 대기업마다 사업부별 책임경영 체제가 정착되면서 경쟁이 과열되고 있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일각에서는 과거보다 계열사에 일감을 몰아주거나 협력사에 단가인하 요구를 노골적으로 할 수 없는 등 감시가 심해진 데에서 원인을 찾기도 했다. 결국, 상대방을 눌러서 점유율과 실적을 끌어올려야 한다는 것이다.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 KT는 전일 많은 리베이트에 의한 불법 보조금을 놓고 서로 비방했다.

긴급 기자간담회를 열어 포문을 연 KT는 자사 영업정지 기간에 SKT와 LGU+가 최대 100만원 이상의 과도한 보조금으로 유통시장을 마비시키고 있다며 방송통신위원회에 처벌을 촉구했다.

이에 대해 SKT와 LGU+도 반박자료를 통해 KT 역시 타사 영업정지 기간에 불법 보조금을 지급하며 시장 과열을 주도했다며 어이없다는 반응을 나타냈다.

방통위는 지난해 12월 24일 LTE 경쟁 과열에 따른 통신3사에 지난 1월 7일부터 차례로 영업정지 처분을 내렸으며 이 기간에 신규와 번호이동 가입을 받을 수 없도록 한 바 있다.

GS홈쇼핑과 CJ오쇼핑은 난데없이 지난해 실적 1위 자리를 놓고 신경전을 벌였다. CJ오쇼핑이 지난해 1조773억원의 매출액을 올려 지난 1998년 이후 처음으로 GS홈쇼핑(1조196억원)을 넘어섰다고 밝혔다.

그러나 GS홈쇼핑은 유통업 특성상 취급액을 기준으로 봐야 한다며 CJ오쇼핑이 자사의 3조210억원에 미치지 못하는 2조8천539억원을 거뒀다고 반박했다.

삼성과 LG 간의 싸움도 이어지고 있다.

이미 기술 우위 논쟁과 디스플레이 특허 분쟁을 벌인 양사는 전일에는 가정용 에어컨 시장 점유율을 놓고 입씨름을 했다.

LG전자는 전일 휘센 에어컨 신제품 발표회에서 삼성전자가 최근 '국내 가정용 에어컨 시장 점유율 1위'라고 TV 광고를 한 점에 대해 에어컨 시장점유율에 대한 정확한 숫자를 가진 곳이 없다면서도 에어컨 1위는 자사라고 확신한다고 말했다.

삼성전자 측은 해외 조사기관의 비공개 자료를 근거로 통계수치상 자사가 1위라고 설명하기도 했다.

양사는 냉장고 용량을 두고도 100억원대 소송전을 벌이기도 했다.

재계 관계자는 "기업마다 사업부별 책임경영이 정착되면서 사업부 경영진들은 과거보다 훨씬 많은 실적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경기가 어려운 상황이기 때문에 새로운 시장을 창출하거나 기존 시장을 확대하는데 한계가 있어, 경쟁사의 점유율을 가져오는 것이 가장 관건이 됐다"고 진단했다.

다른 관계자는 "정부와 시장 감시가 강화되면서 수익성을 높이는데 어려움을 겪는 대기업이 경쟁사의 움직임에 상당히 민감해졌다"며 "이러한 분쟁은 앞으로 계속 확산될 것"으로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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