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총안건 분석기관 ISS 재선임 안건 '반대'



(서울=연합인포맥스) 고유권 기자 = SK그룹의 실질적 지주회사인 SK C&C가 이달 22일 열리는 주주총회에서 계열사 자금 수백억원을 횡령한 혐의로 1심에서 법정구속된 최태원 회장의 이사 재선임 안건을 올리면서 논란이 커지고 있다.

전세계 기관투자자들의 의결권 행사에 영향을 주는 미국의 주총안건 분석기관인 ISS가 이사 재선임 안건에 반대표를 던질 것을 권고했고, 경제개혁연대 등 시민단체도 안건을 철회할 것을 촉구하고 나섰다.

특히 ISS는 최 회장이 사내이사로 있는 SK㈜, SK이노베이션의 사내ㆍ외 이사 선임건에 대해서조차 반대 의사를 표시해 기관투자자들의 대응이 주목된다.

7일 SK그룹에 따르면 SK C&C는 지난달 28일 주주총회소집결의 공시를 통해 최태원 회장을 사내이사로 재선임하고, 이용희 나이스신용평가 부회장을 사외이사로 하는 안건을 22일 주총에서 처리키로 했다.

글로벌 사업에 역량을 집중해야 할 중요한 시기인데다 최대주주로서 책임 경영의 의지를 보여줄 필요가 있다는 판단에 따라 이사로 재선임하는 안건을 올렸다는 게 회사 측 입장이다.

하지만 회삿돈을 횡령한 혐의로 구속수감된 상태인 최 회장이 이사로 제대로 역할을 수행할 수 있겠느냐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이런 가운데 국내외 기관투자자들의 주총 안건 대응 방향을 권고하는 ISS는 최 회장의 SK C&C 사내이사 재선임 안건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ISS는 최 회장이 횡령 혐의로 구속됐다는 점을 거론하고, "주주들의 권한을 위임받은 이사로서의 의무를 제대로 이행하지 못했고, 지위와 영향력을 통해 자신의 이익을 확대하고 주주들의 손해를 끼쳤다"고 지적하면서 이사 재선임 안건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보였다.

ISS는 "최 회장이 회사에 중요한 자산일지는 모르지만, 주주들에게는 위험 요인"이라고 지적했다.

또. 최 회장이 사내이사로 있는 SK㈜와 SK이노베이션, SK하이닉스의 주주들도 이러한 점을 고려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그러면서 SK㈜의 박세훈ㆍ남상덕 사외이사 재선임 안건에 대해서도 반대한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또 김창근 SK수펙스 추구협의회 의장의 SK이노베이션 사내이사 신규 선임안건과, 이재환ㆍ김영주ㆍ최혁 사외이사의 재선임 안건에 대해서도 반대표를 던질 것을 기관투자자에 권고했다.

시민단체인 경제개혁연대도 최 회장의 SK C&C 사내이사 재선임 안건 상정을 비판하면서 철회할 것을 촉구했다. 최 회장이 사내이사로 있는 3개 계열사의 이사직도 즉각 사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경제개혁연대는 아울러 국민연금 등 기관투자자들이 적극적으로 나서 줄 것도 촉구했다.

국내 최대 기관투자자인 국민연금은 작년 9월 말 현재 SK이노베이션과 SK하이닉스 지분을 각각 7.59%와 9.15% 보유 중이고, SK㈜와 SK C&C에도 투자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연금은 지난해 2월 SK하이닉스의 최태원 회장 사내이사 선임 안건에 대해 이례적으로 '중립' 표결을 결정한 바 있다.

당시 의결권 방향 결정에 대한 논란이 커지자 국민연금은 같은 해 3월 횡령ㆍ배임 등 지배주주의 명백한 주주가치 훼손행위가 있는 기업의 이사, 감사에 대해 감시와 감독 의무를 제대로 수행하지 못한 측면을 고려해 연임에 반대할 수 있도록 방침을 정했다.

적용시점은 법원의 1심 판결 이후부터 의결권 행사에 적용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도록 했다.

pisces738@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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