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장용욱 기자 = 2000년대까지 수십년간 전자산업을 이끌어 오던 일본 업체의 추락이 최근 들어 더욱 가속화되는 모습이다.

그 사이 일본에서 기술을 배워 전자산업에 뛰어들었던 삼성전자와 LG전자 등 국내 업체들은 세계 최고 기업으로 거듭나고 있다.

급기야 일본 대표 전자업체는 국내 기업으로부터 긴급 자금을 수혈받는 처지로까지 전락했다.

◇ 샤프, 기술 가르쳐줬던 삼성에 '긴급자금' 요청 = 삼성전자는 지난 6일 샤프의 지분 3%를 104억엔(약 1천200억원)에 인수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이번 지분 인수가 완료되면 삼성전자는 샤프의 5대 주주가 되고, 금융기관을 제외하면 1대 주주가 된다.

샤프는 일본 최초로 라디오와 흑백 텔레비전을 만들었고, 세계 최초로 전자계산기와 14인치 LCD TV를 개발한 일본 전자산업의 대표 업체다.

삼성전자는 지난 1980년대에는 샤프로부터 반도체 기술을 배웠고, 그 이후에는 TV와 디스플레이 부분에서 샤프를 따라잡으려고 노력하는 입장이었다.

하지만, 2000년대 들어 상황은 역전됐다.

샤프는 지난 2007년 이후 급격히 실적이 악화된 탓에 작년에는 창사 이래 전통으로 이어오던 '종신고용' 문화까지 버리고 대규모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이어 급격히 악화된 재무구조를 개선하고자 거래 업체인 애플의 제품을 제조하는 대만 혼하이그룹으로부터 지분투자를 받으려 했지만 협상은 진척되지 않았다.

그러자 다급해진 샤프는 최대 주요 경쟁상대인 삼성전자에 긴급 수혈을 요청하게 된 것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일본 대기업이 국내 업체로부터 자금을 지원받은 건 이번이 처음"이라며 "그만큼 샤프의 상황이 좋지 않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 '추락하는' 日 업체 자리 차지한 '韓 기업' = 이같이 엇갈린 처지는 비단 삼성전자와 샤프의 상황에만 국한된 것 아니다. 국내와 일본 전자산업의 명암 자체가 완전히 역전됐다.

현재 국내 전자산업을 대표하는 삼성전자와 LG전자도 창립 초창기에는 일본을 하염없이 따라가는 입장이었다.

실제로 삼성전자는 창립 직후인 1969년 산요전기와 '삼성산요전기'를 설립하고 전자산업에 첫발을 내디뎠고, 산요와의 기술제휴를 통해 1970년 흑백TV를 처음 생산했다.

LG전자 역시 지난 1963년 일본 히타치제작소에 기술연수팀을 파견한 덕분에 3년 후에 최초 국산 TV를 선보일 수 있었다.

이후에도 삼성과 LG는 반도체산업을 시작하면서 일본 기술을 전수받고자 눈물겨운 노력을 벌였다.

그러나 최근 들어 일본 업체가 내수시장에 안주하고 세계 표준을 외면한 독자방식을 고집하면서 점차 경쟁력이 저하되는 사이, 한국 기업들은 일본 업체의 빈자리를 파고들었다.

실제로 전자산업의 대표 종목인 평판TV 시장에서 삼성전자는 작년에 7년 연속으로 1위 자리를 지켰고, 점유율도 역대 최고치인 27.7%를 기록했다.

LG전자도 시장침체 속에서도 전년보다 점유율을 확대하며 2위 자리를 지킨 덕분에 국내 업체의 점유율 합계는 40%를 넘어섰다.

반면, 소니(7.8%)와 파나소닉(6%), 샤프(5.4%) 등 일본 업체는 전년보다도 모두 점유율이 떨어지면서 뒤처진 모습을 보였다.

특히 TV의 대명사로 불리던 소니는 지난 2011 회계연도에도 4천570억엔(57억달러)의 적자를 내며 4년 연속 적자의 늪에서 헤어나오지 못했다. 그 여파로 지난 2008년 1만6천명에 달하는 인력감축을 한데 이어 작년에도 1만명 가량을 추가 감원했다.

이런 상황을 반영하듯 세계무역기구에 따르면 전자제품의 세계 수출 규모에서 일본이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 1996년 14.8%에서 2011년 5.2%로 급락했지만, 한국은 5.0%에서 5.7%로 상승해 일본 전자산업을 앞질렀다.

업계의 다른 관계자는 "일본 전자산업의 침체가 예상보다 더 심화되는 상황"이라며 "전자업계는 변화가 매우 심한 만큼 국내 업체도 일본의 실패를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yuja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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