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규창 기자 = 대한전선[001440]의 지난해 실적과 재무현황은 많은 투자자에게 의구심을 안겨줬다.

잇단 해외 수주와 자산 매각 발표에도 실적은 부진했고 재무개선이 너무 더뎠다.

전선업 특성상 이른 시일에 차입금을 급격히 줄이지 못할 것이란 크레디트 시장의 당초 예상보다도 좋지 못하다는 평가도 있다.

대한전선은 지난 6일 오후 늦게 지난해 실적을 공시했다. 매출액은 별도기준 1조9천828억원으로 전년대비 23.1% 줄었고, 영업이익은 51억원으로 87.1%나 감소했다. 당기순손실은 4천373억원으로 2배가량 늘었다.

지난해 잇달아 비교적 고수익 제품인 초고압 케이블 수주 소식을 전한 것과는 다른 결과다.

회사 측은 이에 대해 "원자재 가격이 하락했고 고수익 제품인 초고압케이블 매출지연으로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줄었다"며 "또, 투자자산에 대한 대손과 손상차손 반영으로 당기순손실이 확대됐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말 재무현황도 실망을 안겨줬다.

별도기준 부채비율은 지난 2011년 말 678.8%에서 지난해 말에는 605.8% 떨어졌다. 외견상 73%포인트가 감소했다.

그러나 대규모 유상증자(3천476억원)와 자산 매각 성과에 비해서는 투자자들의 기대에는 미치지 못한다. 유증대금 중 일부는 올해 신주인수권부사채 상환 등에 쓰이지만, 차입금을 줄이는데도 적잖이 사용된 것으로 알려졌다.

게다가 대한전선 채권단은 지난해 2월과 5월, 10월에 총 5천400억원의 신규 자금을 지원했고 이자율을 감면해주기도 했다.

지난해 초부터 투자 지분과 부동산을 열심히 매각했지만, 지난해 3분기 말 별도기준 순차입금이 1조6천483억원으로 2011년 말 1조6천928억원에서 많이 줄이지 못했다. 매각 대금 등도 대손을 털어내는 빚잔치를 하고 나면 실제 유입액은 적은 형편이기 때문이다.

그나마 지난달 시흥공장부지 매각 잔금 1천200억원을 부영주택으로부터 받아내 올 1분기에도 조금이나마 차입금과 이자비용 감축 기조를 이어갈 수 있다는 점이 위안거리다.

다른 악재도 발생했다.

대한전선은 지난달 14일 대법원으로부터 무주기업도시 무산에 대해 책임이 없다는 판결을 받았으나 이어 26일에는 법원으로부터 가온전선, LS, 삼성전자 등과 함께 특수 전선을 독점 생산하며 수년간 물량 배정 등을 담합했다며 한국전력에 136억원을 지급하라는 판결을 받았다.

또, 중국 상무부는 지난 4일 중국에 지급하는 반덤핑 관세를 인상하기도 했다.

크레디트 시장 참가자는 "올해도 채권과 대출금 상환이나 만기 연장을 위해서는 채권단의 협조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며 "문제는 재무구조 개선 노력과 함께 실적이 받쳐줘야 하는데 그렇지 못한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부동산ㆍ건설 관련 경기가 좋지 않아 관련 익스포져를 보유한 대한전선은 당분간 재무부담을 안고 가야 한다"며 "차입금 감소를 계속 모니터링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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