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장용욱 기자 =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은 작년까지 꼬박꼬박 출근하며 경영 전반을 직접 챙겼지만, 올해는 벌써 두 달 넘게 해외에 체류하고 있다.

그럼에도 삼성전자는 경쟁사인 샤프에 지분투자를 하는 등 중요한 의사결정은 차질없이 내려지는 모습이다.

이처럼 이 회장의 부재에도 경영 활동에 별다른 공백은 느껴지지 않는 데에는 이재용 부회장의 확대된 역할도 한몫하고 있다.

8일 재계와 삼성그룹에 따르면 그동안 거래선 관리 등에 주력하던 이재용 부회장은 최근 그룹의 주요 사업에 직접 관여하며 경영 보폭을 넓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6일 삼성전자는 샤프의 지분 3%를 104억엔(약 1천200억원)에 인수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경쟁 관계인 삼성전자와 샤프가 손을 잡을 수 있었던 데에는 양사 CEO의 역할이 컸다.

실제로 이 부회장은 작년 12월 13일 승진 후 첫 출장지로 샤프 본사가 있는 오사카를 택했다. 당시 이 부회장은 오사카에서 카타야마 미키오 샤프 회장과 회동을 하며 협력관계에 대한 논의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여전히 이건희 회장이 큰 경영구상을 하고 있지만, 주요 사업에 대한 전략 수립에는 이재용 부회장도 상당 부분 개입하고 있다"며 "이번 샤프에 대한 투자 건도 이 부회장이 주도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실제로 최근 들어 이 부회장의 역할은 점차 확대되고 있다.

이 부회장은 지난 2007년 전무로 승진하면서 경영일선에 본격적으로 뛰어들고 나서도 한동안 '인적 네트워크 만들기'에 주력했다.

실제로 이 부회장은 지난 2008년부터 2년간 해외 순환근무를 하며 각국의 다양한 인사들과 교분을 쌓았다.

그 후 2009년 최고운영책임자(COO)로 부임하고 나서는 그동안 쌓은 인맥을 바탕으로 고객사 관리에 매진했다.

지난 2011년 말에는 고(故) 스티브 잡스 추도식에 삼성 대표로 참석해 애플의 새로운 최고경영자(CEO)인 팀 쿡과 만나 거래관계 유지를 약속했다.

작년 초에는 소니와 파나소닉, 도시바 등 주요 일본 고객사를 잇달아 방문했고, 도요타와 BMW, 폴크스바겐 등 자동차 업계 CEO도 만나 전장부품 공급을 논의했다.

또, 중국의 왕치산(王岐山) 부총리와 리커창(李克强) 부총리 등도 면담하며 중국 지도부와의 관계에도 공을 들였다.

그러던 이 부회장은 작년 말 부회장으로 승진하면서 경영일선에 더욱 나서기 시작했다.

실제로 지난달 초에는 산시(陝西)성의 자오정용 서기, 루친지엔 성장과 만나 중국 내에서 진행 중인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사업 등에 대해 논의했다.

또, 자동차 부품을 비롯한 그룹의 신수종 사업은 물론이고 금융계열사를 포함한 그룹 전반의 주요 업무에 대해서도 업무보고를 받으며 직접 챙기기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그룹의 한 관계자는 "이 부회장이 작년 말 승진하면서 별다른 직함을 가지지 않고 이 회장을 보좌해 경영 전반을 조율하는 역할에 더 집중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yuja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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