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장용욱 기자 = 작년부터 극심한 부진에 빠져 있는 국내 IPO(기업공개) 시장이 올해 들어서도 회복 기미를 보이지 못하면서 담당 부서들이 생존위기에 처했다.

몇몇 증권사에서는 이미 IPO 부서를 축소하기 시작했고, 일부 증권사는 담당 부서가 아예 없애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국내 IPO 시장은 작년부터 급속히 위축됐다.

작년 공모시장 규모는 지난 2011년(4조2천558억원)에 비해 4분의 1, 2010년(10조908억원) 비해서는 9분의 1 수준으로 줄어든 1조1천766억원에 머물렀다.

올해 들어서도 시장침체는 계속돼 지난달까지 공모 규모(1천43억원)도 작년 같은 기간(2천800억원)보다 62.8%나 감소했다.

이처럼 전체 시장이 크게 위축되자, 각 증권사가 IPO 주관으로 버는 수입도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 그러자 각 증권사는 IPO 담당 부서의 비용을 줄이기 시작하고 있다.

실제로 증권사 중 가장 큰 IPO 담당 조직과 인력을 보유한 한국투자증권도 지난 1일부터 IPO 부서를 축소 개편했다.

기존에 기업금융 1부와 2부로 나뉘어 있던 담당 부서를 통합하면서 기존의 40여 명 수준의 인원 중 일부를 커버리지 부문 등으로 이동시켰다.

회사 측은 업무 시너지를 높이기 위한 조직개편이라 설명했지만, 작년에 IPO 부서에서 벌어들인 수수료(32)가 재작년(139억원)의 4분의 1 수준으로 급감한 것도 영향을 미친 것이다.

삼성증권도 올 초 종전의 IPO 사업부를 팀으로 축소하고, 기업금융 사업부 중 한 곳으로 편입시켰다.

작년 업황 악화로 1건의 실적도 올리지 못한 것이 조직축소로 이어진 것이다.

신한금융투자는 2년여 전에 업계 최초로 설립했던 해외ECM부를 ECM부로 통합했다.

지난 2010년 이후 해외 IPO 실적이 없자, 전담 부서를 없애고 담당 인력도 10여 명에서 절반 수준으로 줄였다.

증권업계의 한 관계자는 "IB 업무란 게 당장 벌어들이는 수익이 줄어들면 업황이 좋지 않다는 해명도 별반 통하지 않는다"라고 하소연했다.

중소형 증권사의 상황은 더욱 안 좋다.

대형 증권사처럼 조직을 축소하는 정도가 아니라 아예 조직을 없애고 인력 구조조정에 나서기 시작했다.

A 증권사는 2년여 전에 IPO를 중심으로 하는 ECM 담당 부서를 새롭게 출범시키며 인력도 대거 충원했다.

하지만 뚜렷한 성과가 나오지 않자, 얼마 전 담당 부서장을 보직해임하고 팀원으로 강등시켰다. 또 일부 직원에 대해서는 정리해고를 단행했다.

B 증권사의 경우 최근 IPO 담당 부서 자체를 폐지하고 관련 인원을 대부분 정리해고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해당 증권사의 한 직원은 "1년 넘게 실적을 내지 못하자 회사 측에서 조만간 조직을 아예 폐지할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며 "어떻게든 실적을 내야 하는데 업황이 회복될 기미를 보이지 않아 걱정"이라고 우려했다.

yuja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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