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파죽지세다.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가 지난주 사상 최고치의 신기원에 도달했고,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 500지수도 조만간 뒤따를 것으로 예상된다. 다우지수가 30개 종목만으로 구성돼 대표성에 한계가 있다는 점에서 500개로 구성된 S&P500지수가 사상 최고치에 오르면 뉴욕증시는 명실상부하게 '전인미답'으로 진입한다. 브로커들(주식중개자)의 전화주문이 폭주한 월스트리트에는 오랜만에 활기가 돈다고 한다.

뉴욕의 주요 지수가 사상 최고치를 기록한 건 시장이 2008년 금융위기의 그늘에서 벗어났다는 상징적 의미가 있다. 미국 증시 뿐만 아니라 독일과 영국 등 유럽의 선진국 주가도 금융위기 이전 수준을 회복해가고 있고 일본 주가도 아베노믹스를 발판으로 승승장구하고 있다. 논란이 있지만 적어도 시장 지표로만 본다면 금융위기의 종료를 선언해도 될 것 같다.

뉴욕증시의 부활은 ▲바닥을 딛고 오르는 실물경제 ▲증시로 자금의 대이동 ▲정부의 일관성 있고 강력한 정책의 3박자가 맞아떨어진 것이다. 세계 경제의 제1엔진인 미국의 주요 경제지표는 작년 연말부터 회복의 물꼬를 텄다. 주택지표는 부동산 경기의 침체 탈출 기대를 높이고, 고용지표도 최악의 국면에서 벗어날 것으로 기대된다.

시장조사기관인 코어로직에 따르면, 1월 미국 주택가격은 작년 동월대비 9.7% 올라 지난 7년 사이 가장 큰 폭으로 상승했고 1월 비농업부문 신규 고용자 수는 23만6천명 늘어나 시장컨센서스인 16만명을 크게 웃돌았다. 금융위기 때 10%에 육박했던 실업률은 2월 현재 7.7%까지 내려왔다.

주택과 고용은 금융위기 이후 미국 경제와 사회분위기를 어둡게 한 장본인이었다는 점에서 이들 지표의 회복은 고무적이다. 미국 경제의 70%를 차지하는 소비의 회복은 결국 일자리와 집값에 달렸다.

해빙의 기운을 감지한 글로벌 자금은 뉴욕 주식시장으로 몰려온다. 위기 때 채권에 숨겨뒀던 자금은 주식시장으로 방향을 바꿨다. 이른바 대전환(Great Rotation)이다. 안전한 금이 최고라던 투자자들도 금을 매각하고 증시로 돌아오고 있다.

금융위기 해법을 총지휘한 벤 버냉키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은 재조명을 받는다. "미국 경제를 나락을 빠뜨린 장본인"이라는 비난은 뒤로 숨고 "역시 그가 옳았다"는 찬사가 나온다. 산불이 나면 헬기에서 호스로 물을 뿌리듯이 위기가 터지면 금융시스템에 달러를 뿌린다는 그의 신조가 5년 만에 결실을 본 셈이다. 아베노믹스로 불리는 일본의 경제정책도 상당 부분 버냉키의 모델을 모방한 것이다.

그러나 경계의 목소리를 내는 전문가들은 여전히 많다. 미국 경제회복이 추세적인 것인지 1회적인 것인지는 여전히 논란이다. 최근 2~3년간 "올해는 경기가 살아나겠지" 했다가 연말에 고개를 숙인 사례가 많다. 추세를 단정하기엔 아직 이르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미국 경제가 지속성을 가진 회복의 궤도에 오를지 계속 지켜봐야 한다.

경제회복과 버냉키의 완화정책은 양립할 수 없는 딜레마다. 미국 경제가 정상화되면 연준은 돈 풀기 정책을 거둬들여야 한다. 그러나 돈 풀기를 중단하면 경제회복의 엔진이 약해질까 우려된다. 최근 연준이 양적 완화 조기종료 논란에 휘말리면서 시장참가자들이 바짝 긴장했던 적이 있다. 주식시장으로 흘러온 자금은 미국의 경제 여건 변화에 따라 언제든지 빠져나갈 수 있다. 월가에서도 지금 주식을 사야 할지 관망해야 할지 견해차가 많다. 주식시장 분위기가 좋긴 하지만 미국의 재정불안과 유럽 위기의 잠재 등 숨겨진 악재가 많기 때문이다.(국제경제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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