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김대도 기자 = 현대차그룹에 인수된 현대건설의 작년 4분기수익성이 '어닝 쇼크' 수준으로 떨어진 이유는 해외 대형 사업장에서 예상손실을 선반영하면서 원가율이 급등했기 때문으로 분석됐다.

증권업계는 1일 현대건설이 올해 마무리하는 UAE 보르쥬(사업규모 1조1천억원)와 쿠웨이트 오일 컴퍼니(KOC) 프로젝트(1조7천억원) 등 해외 현장에서 최대 4천억원 규모의 예상손실을 반영해야 될 것으로 추산했다.

이창근 하나대투증권 연구원은 "지난 2010년 수주한 두 프로젝트의 최대 발생예정 손실 4천억원 중 2천400억원이 반영돼 작년 4분기 원가율이 올랐다"고 설명했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도 "현대건설은 최근 몇년간 선별 수주를 하지 않고 무차별 저가 수주했고, 그 영향이 4분기에 나타난 것"이라며 "또한 원자재 값의 상승을 예측하지 못하는 등의 시장 대비가 미흡했다"고 평가했다.

현대건설의 작년 4분기 해외원가율은 96%로 3분기 89.4%에서 급등했다.

현대건설은 전일 작년 4분기 매출 3조8천29억원, 영업이익 1천526억원의 경영 실적(K-IFRS 연결기준)을 달성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연합인포맥스가 집계한 컨센서스(8031 화면)상의 영업익 2천117억원을 27.9%나 밑돈 실망스런 성적이다.

매출은 컨센서스(3조6천351억원)를 웃돌았지만 현대건설보다는 자회사인 현대엔지니어링 덕분으로 분석됐다.

강광숙 삼성증권 연구원은 "자회사를 포함한 연결기준으로 4분기 매출은 전년대비 8.7% 증가했지만 별도기준으로는 0.3% 감소했다"며 "자회사 현대엔지니어링 매출이 76% 증가한 영향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현대건설은 해외 뿐 아니라 국내에서도 원가율이 오르는 불안한 모습도 보였다.

김열매 현대증권 애널리스트는 "현대건설이 해외 뿐 아니라 국내 주택 사업관련비용 처리로 주택부문 원가율이 전분기 89.1%에서 103.2%로 올랐다"고분석했다.

현대건설측도 4분기 국내와 해외 부문 모두 성적이 나빴다고 평가했다.

현대건설의 한 관계자는 "국내 주택 주택시장 침체가 지속되면서 원가가 증가했고, 할인분양이 늘었다"며 "해외에서도 토목분야는 전분기대비 개선됐으나, 플랜트와 전력부문에서 자재비와 외주비 증가 등의 이유로 좋지 않았다"고 분석했다.

특히 증권업계는 현대건설의 수주 부진에 대해 우려가 크다.

강승민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작년 신규 수주는 현대건설이 11조8천억원으로 전년 18조4천억원 대비 부진이 크다"며 "반면 자회사인 현대엔지니어링은 전년 4조2천억원 보다 많은 4조3천억원을 수주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다만 "현대차그룹에 인수된 후 내부 역량 강화를 위한 영업 조직 재정비 등의 측면이 있다"며 "아직 수주 경쟁력 약화를 말할 단계는 아니다"고 진단했다.

반면 어닝쇼크를 보인 4분기 실적과 달리 작년 전체로는 비교적 선방했다.

작년 현대건설의 경영실적은 매출 11조9천201억원, 영업익 7천540억원, 당기순익 6천851억원으로 전년 대비 각각 4.8%와 4.3%, 25.2% 상승했다. 특히 매출은 국내 건설사 최초로 2년 연속 10조원이 넘어섰다.

영업실적 개선 등을 통해 재무건전성도 좋아졌다. 작년말 현재 유동비율은 138.3%에서 150.9%로 높아지고 부채비율은 종전 179.2%에서 172.1%로 개선됐다.

현대건설의 다른 관계자는 "건설업 불황속에서도 현대건설은 양호한 실적을 기록했다"며 "올해는 엔지니어링 기반의 건설리더로서 토목.플랜트.건축 등의 포트폴리오 안정화로 성장세를 지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dd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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