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유럽중앙은행(ECB)이 국채 매입 프로그램을 시행할 때 독일 중앙은행(분데스방크)은 이를 대놓고 반대한 것으로 유명하다. 이 때문에 두 명의 독일계 ECB 집행이사가 사임하기도 했다. 울며 겨자 먹기로 국채 매입 프로그램에 참여하게 된 분데스방크가 이제 이 프로그램으로 얻은 이자수입을 내놓지 않으려는 꼼수를 부리고 있다.

분데스방크가 12일 발표한 연례 보고서를 보면 이 은행의 지난해 순 이자수입은 83억유로(약 11조원)로 2011년보다 약 2배 늘었다. 통상 이자수입은 독일 정부에 우발 소득이므로 분데스방크는 다른 중앙은행과 마찬가지로 이자수입을 재무부에 전달한다. 특히 독일 등 유로존 회원국 정부는 그리스 지원을 위해 중앙은행이 SMP를 통해 보유한 그리스 국채에서 얻는 현금 이자를 그리스에 돌려주기로 약속했다.

분데스방크가 거둬들인 이자수입 가운데 2010년부터 2012년 초까지 시행된 ECB의 국채 매입 프로그램 SMP(Securities Market Program)를 통한 이자수입은 28억유로였다.

그런데 옌스 바이트만 분데스방크 총재는 이미 넉넉한 위험 충당금을 77억유로에서 144억유로로 두 배 가까이 늘리면서 정부에 전달할 이자수입을 크게 줄였다. 이에 따라 분데스방크는 지난해 순익을 6억6천400만유로라고 밝혔고 이 금액만 재무부에 넘길 것으로 보인다. 이는 2011년보다 소폭 늘어난 것이지만 유로존 재정위기가 본격화하기 전인 2008년과 2009년 순익 63억유로와 41억유로에 못 미친다. 독일 재무부가 분데스방크로부터 받을 것으로 예상한 15억유로보다도 상당히 적은 것이다.

독일 정부가 2012년에 분담하는 그리스 국채 이자 수입 상환액은 5억9천900만유로 정도로 이는 분데스방크가 순익을 거두느냐와 상관없이 내야 한다. 독일이 균형 예산을 달성했고 유럽을 괴롭히는 긴축에 직면하지 않고 있기 때문에 그리스 국채 이자 상환은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하지만 균형 예산을 이루는데 어려움을 겪는 그리스 등 재정 부실국은 분데스방크가 돌려주지 않은 이자가 크게 아쉬울 것으로 보인다. (국제경제부 이효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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