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규창 기자 = 2천300억원을 가진 만도가 2조원을 훨씬 웃돌 것으로 추정되는 한라비스테온공조(이하 한라공조)를 인수할 수 있을까.

만도로서는 차입 외에도 국민연금과 같은 재무적 투자자(FI)를 끌어들일 수밖에 없다. 다른 전략적 투자자(SI)와 공조할 수도 있다. 다만, 어떤 방식이든 인수 시 재무적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

13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연결기준 만도의 현금 및 단기유가증권은 지난해 말 2천284억원이다. 2011년 말 3천609억원에서 1천300억원 이상 줄었다. 지난해 국내외 공장 설비 증설에 5천억원 가까이를 투자했기 때문이다.

반면 총차입금은 2011년 말 6천700억원대에서 지난해 말에는 1조원을 넘겼다. 부채비율도 157.4%로 전년대비 14%포인트 가량 상승했다.

그러나 만도가 탐내는 한라공조 덩치는 더 커졌다.

지난해 한라공조 공개매수에 실패한 대주주(지분 70%) 비스테온은 글로벌 공조사업부를 한라공조에 통합시켰고 전일 사명까지 변경했다.

이에 따라 한라공조는 세계 18개국에 33개 생산공장, 5개의 R&D센터, 7개의 지역 고객센터를 갖춘 세계 2위의 글로벌 공조기업으로 탄생했다. 회사 측은 매출이 30%가량 늘어날 것으로 기대했다.

또, 납품처도 현대차와 포드에서 벗어나 BMW, 폴크스바겐, 아우디 등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현재 한라공조의 시가총액이 약 2조7천억원으로 비스테온의 지분 70%는 약 1조9천억원이다. 경영권 프리미엄에다 사업부 통합에 따른 시너지를 더할 경우 가격이 훨씬 더 올라갈 전망이다.

따라서 만도로서는 부담이 크다.

무리하게 차입할 경우 연간 현금창출력(EBITDA)이 4천200억원 가량의 만도는 재무구조 약화를 피할 수 없게 된다.

한라그룹 내 다른 계열사도 사정이 여의치 못하다.

만도가 지분 100%를 가진 만도차이나홀딩스를 홍콩 증시에 상장할 것으로 알려졌지만, 이를 통해 조달되는 자금은 3천억원에서 4천억원 정도로 추정된다.

결국, 국민연금과 같은 FI와 계약을 맺거나 현대차 등과의 전략적 공조가 인수금융의 키가 될 전망이다.

IB 업계 관계자는 "정몽원 한라그룹 회장이 인수를 기정사실화한 만큼 의지는 강하다고 본다"며 "그러나 한라공조를 자체 자금으로 인수할 수 없어 차입과 외부 투자자 영입은 필수"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물론, 만도와 한라공조의 현금창출력이 비교적 안정적이기는 하지만 인수 시 중단기적으로 재무 관찰 대상이 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scoop21@yna.co.kr

(끝)
저작권자 © 연합인포맥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