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장용욱 기자 = 삼성전자가 3명의 대표이사를 두기로 한 것은 주요 사업 간 독립성을 최대한 보장하면서, 경영 성과에 대한 보상의 뜻도 담긴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이번 개편으로 작년 말 승진해 경영 일선에 한 발짝 더 다가선 이재용 부회장의 '조정 역할'이 더욱 주목받을 전망이다.

삼성전자는 15일 이사회를 열고 기존의 권오현 DS(부품) 부문 부회장 외에 윤부근 생활가전(CE) 부문 사장, 신종균 IM(ITㆍ모바일) 부문 사장을 대표이사로 새롭게 선임하기로 했다.

이는 각각의 대표이사가 자신이 맡은 사업 부문에 대해 전권을 가지게 함으로써 리스크를 분산하고 경영속도를 높이겠다는 구상이다.

또, 대표이사 체제를 전환한 데에는 또 완제품과 부품 부문의 독립성을 강화하려는 목적도 있다.

삼성전자는 완제품과 부품 사업을 동시에 하다 보니, 부품 사업에서 고객사이지만 완제품 부문에서는 경쟁사가 되는 경우가 많다.

이 때문에 고객사 중에서는 삼성전자가 부품 사업을 통해 수집한 자신들의 정보를 완제품 부문으로 넘기는 것 아니냐는 의심을 품는 경우도 많았다.

실제로 애플은 삼성전자와 스마트폰 특허를 놓고 법정공방을 벌이면서 최근 들어 삼성전자와의 부품 거래를 대거 축소하기도 했다.

따라서 삼성전자가 부문별 대표에 결재권한을 부여하기로 한 것은 완제품과 부품 사업의 독립성을 강조해 고객사의 의심을 줄이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또, 한편으로는 최대실적의 주역인 윤부근 사장과 신종균 사장에게 '대표이사'라는 권한을 부여해 보상한 것으로 해석된다.

윤부근 사장은 TV 사업을 7년 연속 세계 1위로 이끌었고, 신종균 사장은 갤럭시 시리즈를 앞세워 휴대전화 사업을 세계 1위로 이끈 장본인이다.

두 사장 덕분에 삼성전자는 작년에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사업 등이 업황 악화로 주춤한 와중에도 역대 최대실적을 올릴 수 있었다.

결국 삼성이 평소 '신상필벌'의 인사원칙을 강조하는 만큼, 이런 공로를 인정해 두 사장을 모두 사내이사 선임한 데 이어 대표이사로까지 격상시킨 것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윤 사장과 신 사장을 대표이사로 선임한 것은 부회장으로 승진시키는 것 빼고는 해줄 수 있는 모든 보상을 다해준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처럼 삼성전자 경영체제가 '3-TOP' 체제로 개편됨에 따라 이재용 부회장의 역할도 더욱 중요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 부회장은 작년 말 승진하고 나서 최고운영책임자(COO) 직함을 떼고 특별한 공식 직함 없이 '경영조율'과 '신사업 추진' 등의 역할에 집중했다.

이제 경영체제가 3개 사업 부문의 독립성이 더욱 보장하는 형태로 전환됨에 따라 '조율자'로서의 이재용 부회장의 역할은 더욱 부각될 전망이다.

업계의 다른 관계자는 "이건희 회장이 경영의 큰 그림을 그리고, 이재용 부회장이 각 부문을 조율해 전사 차원에서 필요한 전략을 추진하는 형태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yujang@yna.co.kr

(끝)
저작권자 © 연합인포맥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