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탈리아의 명품 불가리가 탈세 혐의에 휘말렸다. 탈세 혐의 조사를 위해 불가리 자산 4천600만유로는 동결됐다. 경찰은 불가리 경영진 4명이 스위스, 네덜란드에 만든 임시 지주사를 이용해 이탈리아 세법을 통해 내야 했던 것보다 적은 세금을 냈다고 말했다. 경찰은 지난 2006년 정부가 새로운 세제를 발표하고 나서 불가리 경영진이 '탈출 전략'이라고 부른 탈세 방안을 담은 9쪽짜리 서류도 확보했다고 한다.

탈세는 늘 있었던 범죄다. 하지만 지금의 이탈리아는 경제가 악화했고 정치적 불확실성까지 더해진 상황이다. 불가리와 같은 문제, 특히 '생계형' 범죄 행위가 빈번해질 가능성이 충분한 여건이다. 이탈리아의 많은 중소기업은 이미 직원 월급을 못 준 지 몇 달째라며 당국에 읍소하고 있다.

이탈리아공업총연합(confindustria)은 이탈리아 기업 중 29%는 영업 비용을 감당하지 못하고 유동성 고갈에 허덕이고 있다고 진단했다. 은행은 대출을 꺼리고 이 때문에 기업들이 더욱 사지로 몰리는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다고 연합은 설명했다. 텔레콤 이탈리아의 프랑코 베르나베 대표는 기업들이 말 그대로 "유동성 부족으로 죽어가고 있다"면서 이탈리아 중앙은행이 이 난리를 막을 과감한 조처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신용평가사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는 이탈리아 현지 은행들이 돈줄을 묶으면서 투기등급 채권 부도율이 2011년 5.7%에서 2012년 9.5%로 올랐다고 밝혔다. 이는 6.0%를 넘나들던 이탈리아 10년물 국채 금리가 하락하며 안정세를 찾은 것과 대조적이다.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는 국채 금리가 하락했지만 이 혜택이 정작 자금이 가장 필요한 곳에 전달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견실한 이탈리아 기업조차 자금을 조달하려면 독일 기업보다 금리를 200bp나 더 줘야 하는 실정이다. (국제경제부 이효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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