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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세의 미녀였으나 중국 왕실의 변방 민족과의 화친정책으로 흉노족에게 시집을 가게 된 불운한 여인 왕소군(王昭君). 그녀의 처지를 다룬 것으로 잘 알려진 시가 있다. '오랑캐 땅에는 화초도 나지 않네(胡地無花草) 봄은 왔건만 봄 같지 않구나(春來不似春)'. 졸지에 머나먼 북측 오랑캐의 나라에서 살게 된 그녀는 봄이 왔는데도 풀 한포기 나지 않는 땅을 보며 한탄했을 터. 날마다 한숨과 눈물 속에서 지내며 고향을 그리워했다는 왕소군의 속 타는마음이 시에 녹아있는 듯하다.

비단 왕소군뿐이랴! 요즘 우리나라 주식시장의 개인 투자자들도 같은 심정이겠다. 미국에서 다우지수, S&P500지수는 연일 사상 최고치 기록을 갈아치우고 있고, 이웃나라 일본이나 중국의 주가도 쑥쑥 올라가고 있는데, 유독 우리나라의 코스피지수만 죽을 쑤고 있으니 말이다. 다른 나라의 주식시장은 온통 봄날인데, 우리나라만 여전히 북풍한설 몰아치는 겨울인 것 같다.

그럴싸한 핑곗거리는 많다. 북한 리스크가 살아있고, 엔화 약세도 우려되는 바인데다, 달러-원 환율이 오르는 것이 외국인 투자자들의 환차손 부담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등의 ‘설명’쯤이야 누구든 할 수 있다. 하지만, 그게 무슨 상관인가! 설명할 수 없더라도 여하간 주가가 오르기만 하면 되는데, 거꾸로 움직이니 답답하다. 그래서 왕소군의 감정에 이입되어 ‘춘래불사춘’을 외는 게다.

그러나 되레 ‘춘래불사춘’에 답이 숨어 있다. 지금 당장에야 ‘봄 같지 않아’ 보이지만, 어차피 봄은 왔다. 꽃샘추위네 말하지만 계절을 되돌릴 수는 없는 법이다. 봄이 왔는데도 빨리 꽃이 피지 않는다는 조급함으로 우리는 봄이네 아니네 하고 투덜거린다. 그러나 결국은 시간의 문제. 봄은 찾아오기 마련이다. 느긋하게 기다리면 시간은 결국 우리 편이다.

(코스피지수 주간전망)

주가가 오르려면 무엇이 원동력이 될까? 의당 매수세가 많아야 주가가 오른다. 당연하다. 그렇다면 매수세가 많은지 적은지 어떻게 알 수 있을까? 그거야 거래량을 살피면 된다. 주식을 사려는 사람이 없는데 거래량이 늘어날 리 만무하다. 따라서 거래량이 많으면 주식시장에 신규 매수세가 많이 유입되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대충 '이론'을 알았으니 '실전'으로 들어가 보자. 요즘 우리나라 주식시장이 답답하게 움직이는 이유가 무엇일까? 매수세가 신통치 못하기 때문이다. 거래량만 살피면 당장에 답이 나온다. 거꾸로 말하여 거래량이 늘어나야 무언가 시장의 상승세가 꿈틀거릴 조짐이라도 찾을 수 있다. 하지만 지난주에는 거래량이 늘기는커녕 날이 갈수록 거래량이 되레 줄어드는 양상이었다. 심지어 금요일의 거래량이 달랑 3억7백만 주. 이래서는 추세반전의 실마리를 풀기 어렵다.

거래량이 도와주지 않는데 다른 기술적지표들이라고 하여 좋을 수가 없다. MACD는 진작에 매도신호를 나타내고 있고 포스인덱스(force index)며 MFI, 아룬 오실레이터 등등도 말할 나위 없이 하락하고만 있다. 지난주에도 언급하였듯 그나마 일목균형표가 위안거리이지만, 언제까지나 구름이 버틸 수 있을지 장담할 수 없는 노릇.

모든 기술적지표들이 하락, 매도를 말하고 있는데, 이런 와중에 과감하게(!) 매수하는 것은 매우 위험한 일이다. 무릇 위험 없이는 수익도 없다지만 지금은 위험이 너무도 커 보인다. 여전히 웅크리고 싶다. 이번 주 초반에 일목균형표에서 구름이 얇아지는데다 변화일도 대기하고 있는지라 이론적으로는 추세전환도 가능하긴 하다. 그러나 만일 추세반전(reversal)이 나타나지 않는다면 자칫 추세강화(acceleration)로 이어질 수 있다. 조심해야할 일이다. (이 부분은 동영상으로 자세히 설명하겠으니 아래쪽 동영상을 클릭하시라!)

(달러-원 주간전망)

드디어 위쪽이 뚫리고 말았다. 1,100원마저 상향돌파되었으니 이제 ‘뚜껑’이 열린 셈. 환율의 상승추세가 어디까지 이어질지 누구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 되었다. 그러나 이렇게 될 줄 예상 못하였던 것은 아니지 않은가. 차트가 그렇게 말하고 있다.

달러-원의 상승추세는 신이 났다. 모든 기술적지표가 상승, 매수, 오른다, “Go!”를 외치고 있다. 일일이 열거할 수도 없다. MACD, RSI, 스토캐스틱 등의 ‘평범한’ 지표는 말할 것도 없고, 내가 요즘 몰두하는 아룬, MFI, 포스인덱스 등등도 마찬가지이다. 일목균형표에서도 당당 구름 위에서 쑥쑥 날아가고 있으니 뭐 흠잡을 데도 없다. 김연아가 1등이라는데 심판도 트집을 걸 수 없었듯 현재의 달러-원 추세가 상승세라는 데에는 그 누구도 ‘딴지’를 걸 수 없다(비유가 적절한가?).

방향은 이미 결정되었다. 의당 오르는 쪽이다. 물론 아무리 추세가 강력하기로 매일 오를 수는 없을 터. 며칠 오르다보면 “상승세가 너무 가파르다”는 이유를 들먹이며 하루 이틀 정도 주춤거릴 수는 있겠다.

사실을 말한다면 이번 주 초반에 그렇게 될 공산이 높다. 지난 15일에 만들어진 캔들차트 패턴이 하필이면 도지(doji, 十자모양)이기 때문이다. 도지는 매수세와 매도세가 균형을 나타낸다는 뜻이다. 그동안 달러-원 환율이 줄곧 오르면서 매수세가 위력을 떨쳤는데, 시간이 지나다보니 매수세가 좀 지쳤고 그 틈에 매도세가 힘을 비축한 게다. 따라서 이번 주 초반에는 달러-원이 약간 아래쪽으로 흔들릴 가능성이 크다.

그래 보았자 ‘흔들림’ 정도이니 하락폭은 크지 않을 전망이다. 1,100원의 지지선도 견고하겠다. 상승세일 때의 조정은 오히려 매수(바이 온 딥)할 좋은 기회가 된다.



(서울=연합인포맥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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