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기억 칼럼> 核보다 환율전쟁이 더 직접적 위협
<최기억 칼럼> 核보다 환율전쟁이 더 직접적 위협
  • 승인 2013.03.19 1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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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인포맥스) "우리 화폐 때문에 야기됐지만, 당신들의 문제일 뿐(Our Currency, but your problem)".

미국 닉슨 행정부 당시 재무장관이던 존 코널리(John Bowden Connally)가 미국 달러화 증발에 따른 물가상승이 유럽으로 전이되는 문제에 대해 유럽 재무장관들에게 한 얘기다. 미국 달러 때문에 문제가 발생했지만, 미국이 상관할 바가 아니라는 의미다.

오늘날 일본이 자국의 경제 회복을 위해 환율전쟁(Currency War)을 선포해 이웃국가를 궁지에 몰아넣는 모습은 닉슨 당시 시절을 '데자뷔' 시킨다.

일본은행 총재에 공격적 양적 완화를 주장하던 구로다 하루히코(黑田東彦) 전 아시아개발은행(ADB) 총재가 취임하면서 아베노믹스의 경기부양적 통화확대 정책은 앞으로 가열차게 진행될 것 같다. 엔 약세는 특히 일본의 무역수지 적자가 지속되고, 미-일간의 금리차(10년 만기 美 국채수익률 2%대, 日 국채수익률 0.6%)가 벌어지는 상황이라 일시적으로 조정을 받더라도 기조가 바뀌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이런 기대감을 반영해 최근 시카고상품거래소(CME)에서 엔화 약세에 투기적으로 베팅한 약정계약이 전체 계약의 70%가 넘어서 앞으로 상황이 간단치 않음을 예고해주고 있다.

엔 약세로 말미암아 수출 경쟁이 치열한 우리나라의 5대 수출품목의 향후 타격은 불가피하다. 올해 2월 경상수지가 흑자를 이어갔지만 반도체ㆍ디스플레이를 제외한 ▲선박▲자동차▲철강▲석유제품은 큰 폭으로 줄어들었다. 산업계는 이를 엔저와 연결지어 분석하고, 엔저가 지속되면 향후 실물 경제를 위협할 것으로 보고 있다.

수출로 먹고사는 우리에게는 북한의 핵(核)위협보다 당장 환율전쟁에 대한 대응이 직접적이고 실존적 위협일 수 있다. 하지만 외환당국의 국내 정책적 수단을 통한 대응은 그리 간단치 않아 보인다.

원-엔 환율은 국내 외환시장에서 직접 체결되지 않는 재정환율(Cross rate)인 만큼 예전처럼 원화와 엔화 간의 동조화가 강하지 않아 원-달러 환율을 통해 원-엔을 일정수준으로 유지하기란 쉽지 않기 때문이다.

현재 당국은 엔저의 환율 자체 수준보다는 평가절하의 속도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다만 원-엔이 97년 이후 2000년 초반의 장기 평균에 접근한 수준이며 최근의 원-엔 하락은 과거 평균 수준으로 회귀하는 것이라며 심각하지 않다고 주장하고 있다. 최근 달러-엔 및 엔-유로 환율이 일본 내부적인 요인 뿐만 아니라 상대적으로 미국경기가 회복 움직임을 보이고, 유럽의 재정위기 상황도 2011년 하반기보다 개선된데 힘입은 바 크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따라서 당국 일각에서 논의되고 있는 자본 유출입에 대한 규제 강화 움직임과 기준금리 인하 압박에 대해 신중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내외금리차와 환율과의 관계가 실증적으로 뒷받침되지 못하고 있고, 한국형 토빈세 도입도 취지와 달리 환율 변동성을 급격히 키울 수 있는 상황도 생길 수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둬야 한다는 주장이다.

3월 들어 2차 엔저 우려 속에 달러-원이 1,110원대로 상승해 당국의 머릿속이 점점 복잡해지고 있다.

(취재본부장/이사)

tscho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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