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장용욱 기자 = 그동안 세계 TV시장을 주도한 삼성전자가 최근 차세대 TV 개발 경쟁에서는 LG전자에 다소 밀리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아직 속단할 수는 없지만, 지금 추세가 이어질 경우 삼성전자는 차세대 TV 부문에서 LG의 거센 도전에 직면할 수도 있다. 다만, 삼성전자는 아직 기술개발 초창기라며 여전히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 3D TV 시장, 'LG 방식'이 삼성 넘어서 = 19일 시장조사기관인 디스플레이서치에 따르면 세계 '3D TV' 시장에서 LG전자가 주도하는 편광필름패턴(FPR) 방식이 삼성전자의 셔터글라스(SG) 방식을 누르고 최근 시장 주도권을 잡았다.

'SG 방식'은 화면에 좌우 영상을 번갈아 표시하고 전용 안경이 이를 포착해 입체 영상을 구현하는 반면, 'FPR 방식'은 한 화면에 좌우 영상을 동시에 보여주고 편광안경을 통해 화면을 인식한다.

지난 2011년 1분기만 해도 FPR 방식을 사용한 3D TV 패널 출하량은 전체의 20%에 그쳤지만, 이후 점차 비중이 늘어나 작년 4분기엔 51.6%까지 확대됐다. 반면, 그동안 시장을 주도하던 SG 방식의 비중은 처음으로 50% 이하인 48.4%로 떨어졌다.

이 영향으로 세계 3D TV 시장에서 LG전자의 비중은 지난 2010년 6%에서 지난해에는 18%(2위)로 늘어났다. 반면 삼성전자는 여전히 1위를 지키기는 했지만, 비중은 2010년 37%에서 작년엔 27%로 떨어졌다.

◇ 삼성, LG의 'OLED TV 개발방식' 채택 가능성 대두 = 삼성전자는 또 다른 차세대 TV인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TV'와 '초대형 UHD(초고화질) TV' 개발 경쟁에서도 초반에 다소 밀리는 양상이다.

OLED TV는 기존의 'LCD(Liquid Crystal) TV'와 다르게 자체발광 소재를 사용하기 때문에 제품 두께를 더욱 줄일 수 있고, 화면 선명도나 응답속도 등에서도 매우 우수하다.

이 때문에 삼성전자와 LG전자는 OLED TV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작년 초 미국에서 열린 세계 최대 가전전시회 'CES'에서 55인치 OLED TV를 세계 최초로 나란히 선보였다.

이후 양사는 OLED TV를 서로 먼저 양산하겠다고 강조했지만 결국 지난 1월 LG전자가 먼저 시판에 들어갔고, 7천억 규모의 신규라인 투자도 결정했다. 또, LG전자는 84인치 UHD TV도 작년 하반기 업계 최초로 시판에 들어갔다.

하지만, 삼성전자는 아직 OLED TV를 출시하지 않았고, 이와 관련된 투자계획도 확정하지 않았다. UHD TV 시판도 LG전자보다 늦은 올 1월부터 시작했다.

특히 삼성전자가 OLED TV 부문에서 경쟁사보다 늦은 모습을 보이는 것은 개발 방식에서 일부 문제가 남아있기 때문으로 알려졌다.

당초 삼성전자와 LG전자는 각각 다른 방식으로 OLED TV 초기 개발에 몰두했다. 삼성전자는 자체 발광 유기물을 사용하는 'RGB 방식'에 집중했지만, LG는 컬러필름을 통과해 색깔을 내는 'WRGB 방식'을 채택했던 것이다.

그러나 'RGB 방식'이 보통 'WRGB 방식'보다 화질 면에서는 더 뛰어나지만, 설비 구축비용과 수율(투입량 대비 완성품 비율) 면에서 다소 처지는 모습을 보이면서 삼성전자의 고민이 깊어진 것이다.

이에 따라 최근 삼성전자는 LG전자의 'WRGB 방식'을 일부 수용하는 방안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전자 관계자도 "이미 다양한 방식에 대한 연구개발을 진행한 만큼, 소비자에 더 많은 만족을 줄 수 있다면 한가지 방식에 얽매이지 않을 수도 있다"며 이런 분위기를 간접적으로 설명했다.

문제는 삼성전자가 지난 2006년 '보르도 TV'를 시작으로 크리스털로즈 TV, LED TV, 3D TV, 스마트 TV 등 매번 새로운 TV 트렌드를 주도해왔다는 점이다.

따라서 만약 삼성전자가 LG전자의 OLED TV 방식을 채택할 경우 '시장 주도자'라는 이미지에 흠집이 생길 수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지금껏 자신만의 방식으로 시장을 주도한 삼성으로서는 LG의 방식을 받아들이는 것이 자존심에 상처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 삼성전자, 여전한 자신감…"시장 지배력 유지한다" = 다만, 삼성전자는 업계 일각의 이런 우려에도 아직 여유로운 모습을 보이고 있다.

여전히 TV 시장의 주도권을 확실히 장악한 만큼, 독자적인 전략으로 프리미엄 시장을 공략한다는 방침이다.

실제로 삼성전자는 작년 세계 평판TV 시장에서 역대 최대치인 27.7%의 점유율을 기록해 7년 연속 1위 자리를 지켰다. 이로써 15%의 점유율로 2위인 LG전자와 여전히 격차를 벌리고 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OLED TV와 UHD TV는 아직 시장이 본격적으로 성장하지 않아 시판을 서두르지 않았을 뿐, 기술개발 주도권은 유지하고 있다"며 "서두르지 않고 차별화된 기능을 최대한 많이 담도록 준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스마트 기능을 강화는 식의 차별화된 전략을 유지해 프리미엄 TV에서 경쟁사와 격차를 더욱 벌릴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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