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규창 기자 = 올해 인수·합병(M&A) 시장은 경기침체에 대비해 대기업이 소극적으로 나서면서 수급 불균형을 보일 것으로 예상됐었지만, 한편에서는 매물 가격 하락으로 오히려 활성화될 것이라는 기대도 있었다.

1분기가 마무리될 시점에서 시장은 전자 예상대로 가고 있다.

대기업들이 발을 뺀 인수후보 자리를 사모투자펀드(PEF)들이 채우는 모양새다. 그나마도 가격 합의가 이뤄지지 않아 중단되는 사례도 많다.

이에 따라 IB와 로펌, 회계법인 등 M&A 자문사들은 울상이다. 특히 국내에서 영업하는 외국계 IB들은 대형 M&A보다 간간이 나오는 블록딜에 목을 매야 하는 입장이다.

자문사들은 겨우 인건비나 건질 정도의 수수료 덤핑 경쟁, 기본 수수료 할인과 성공보수 비중 확대 등으로 이미 수익을 내기 어려운 지경에 놓였다.

지난해부터 꽤 이름있는 IB와 회계법인 등이 관련 부문에서 적자를 내거나 일부 로펌은 일감 감소로 구조조정을 단행하기도 했다.

이러한 상황은 올 초에도 이어지고 있다.

현재 시장 상황을 가장 잘 드러낸 것은 연초 대한해운 매각과 최근 코웨이 수처리 부문 매각.

지난 1월에 실시된 대한해운 매각에서 PEF 두 곳만 본입찰에 참여했다. SK와 CJ 등 대기업이 예비입찰에 뛰어들며 관심을 보였으나 정작 본입찰에는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PEF도 가격 등의 문제로 인수를 포기해 딜은 결국 무산됐다.

인기를 끌 것으로 예상됐던 코웨이 수처리 부문 매각도 마찬가지.

한화와 유진그룹이 참여했으나 PEF 등 재무적 투자자(FI)가 더 많았다. 그나마 유진그룹의 인수의지는 강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당초 인수후보로 꼽혔던 LG와 GS, 효성, 코오롱 등은 불참했다.

문제는 PEF는 로펌 외 자문사 없이 인수에 나서는 경우가 많다. 설령 자문사를 둔다고 해도 수수료가 일반 기업보다 더 박하다.

물론 딜 성사는 꾸준하게 이뤄지지만, 횟수나 금액 모두 떨어진다. 국내에서는 중소형 딜이 대부분이고 외국계 IB와 대형 로펌 둔 크로스보더(cross border) 딜은 실패사례가 훨씬 많다.

회계법인들은 이른바 '법원 딜'로 꾸준히 일감을 따내고 있으나 인수자를 찾기가 만만치 않다. 최근에는 자문사 간에 매각 주관사 선정을 놓고 정당성 논쟁을 벌이는 일까지 있었다.

다만, 앞으로는 시장이 활성화될 것이라는 기대도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하반기부터 경기 회복 예상이 많은데다 '새 정부 적응'을 끝낸 대기업이 신성장 동력을 확보하기 위해 본격적으로 국내외서 매물을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국내 IB 관계자는 "M&A 시장에서 연초는 계절적 비수기이기는 하지만 예년보다 더 상황이 안좋다"며 "사실상 성공보수를 받지 못하면 인건비도 건지기 어려운 일도 있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현재로서는 하반기 경기 회복을 기대하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회계법인 관계자는 "상시 구조조정 활성화 차원에서 대기업에 너무 경제민주화 부담을 줘서는 안된다"며 "PEF가 주요 인수주체로 나서고 있는데, 이는 몇 년 후 또다시 매물 증가를 의미하기 때문에 어떻게 해서든 기업들을 M&A 시장으로 유인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외국계 IB 관계자는 "대형 M&A는커녕 블록딜로 연명하는 처지"라며 "해외 우량 매물을 소개해도 대기업 반응은 당분간 보류하자는 반응이 대부분"이라고 전했다.

그는 "하반기부터 조금씩 딜 성사가 늘어날 것으로 본다"며 "자문사들로서는 올 상반기가 고비"라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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