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그것은 단 한 표의 찬성도 없는 적나라한 거부였다. 예금 과세안이 의회의 큰 벽에 부딪힘에 따라 니코스 아나스타시아데스 대통령은 대안을 찾아야 한다. 그는 표결 전 구제금융안이 가결될 가능성이 작다면서 '플랜B'를 마련했다고 밝혔다. 시장에선 러시아도 키프로스 금융권을 지켜야 할 명분이 분명한 만큼 키프로스가 러시아에 도움을 요청할 수 있다는 관측을 내놨다.

미칼리스 사리스 키프로스 재무장관은 다음날 모스크바에서 안톤 실루아노프 러시아 재무장관과 만나 지원을 구할 것으로 보인다. 구체적으로 그는 러시아가 지난 2011년에 제공한 차관 25억유로의 상환 기간을 연장하고 차관 조건도 완화해달라고 요구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 대가로 키프로스는 천연가스 개발권을 러시아에 양보할 수 있다.

키프로스는 2011년 인근 해역에 천연가스가 대량 매장된 것을 확인했다. 2011년 미국 기업 노블에너지가 발견한 이 가스전엔 앞으로 수십년 동안 키프로스를 에너지 독립국으로 만들어줄 분량인 7조~8조세제곱피트의 가스가 매장된 것으로 추정된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키프로스 남부 연안에 매장된 대규모의 천연가스가 앞으로 경제를 일으킬 것이라는 희망이 남아 있다고 보도했다. 실제로 키프로스는 한국가스공사 등에 탐사 면허를 줘 자원 발굴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러시아 현지 언론과 뉴욕타임스(NYT) 등은 러시아 국영천연가스회사 가즈프롬이 키프로스 남부 연안에 매장된 천연가스 개발권을 갖는 조건으로 키프로스를 직접 지원할 수 있다고 전했다. NYT는 심지어 가즈프롬이 민간 차원의 구제금융을 제안할 정도로 적극적이라고 전했다. 키프로스의 제안이 러시아에 먹힐 수 있음을 시사하는 부분이다. 가즈프롬은 시베리아에 상당한 천연가스 자원을 확보하고 있지만 키프로스까지 장악하면 가격 결정권을 강화할 수 있다. 또 이번에 키프로스와의 협상이 잘되면 이곳 천연가스를 탐내는 경쟁업체들을 제치고 독점적으로 자원개발을 할 수도 있다. NYT는 이 제안의 최종 운명이 불확실하며 가즈프롬은 이 제안을 했는지조차 확인해주길 거부했다고 하지만 지금까지의 정황으로 양국의 이해가 꽤 잘 맞아떨어지는 것으로 보인다. (국제경제부 이효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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