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키프로스가 예금과세안을 거부한 채 러시아의 지원을 구하는 가운데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은 더욱 강도 높게 키프로스를 옥죄고 있다. 유럽중앙은행(ECB)은 의회 부결 직후 긴급 유동성 지원을 계속하겠다고 밝혔지만 유로존 당국자들이 이 유동성 지원을 철회할 수도 있다고 위협하고 있다.

볼프강 쇼이블레 독일 재무장관은 19일 저녁 독일 방송 ZDF에 출연해 독일은 "키프로스 의회가 유로그룹(유로존 재무장관회의체)과 키프로스 정부가 협상한 구제금융안을 거부한 사실이 유감"이라면서 유로존이 여전히 모든 키를 쥐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키프로스 2대 은행이 ECB의 긴급 유동성 지원으로 지탱되고 있다면서 "누군가 이를 키프로스인들에게 설명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불편한 감정을 드러내며 말했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도 "물론 독일은 해법을 원하지만 현재 (키프로스) 금융권은 더 지속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외르크 아스무센 ECB 집행이사는 20일 독일 주간지 디 차이트와의 인터뷰에서 ECB 규정상 지급능력이 있는 은행에는 긴급 유동성만을 지원할 수 있다고 재차 강조하면서 키프로스 은행들의 지급능력에 의구심을 드러냈다.

마리아 펙터 오스트리아 재무장관도 ECB의 지원이 중단될 수 있다고 위협했다. 그는 키프로스가 새로운 해법을 신속히 가져오지 않으면 "ECB가 유동성을 더는 지원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은행들이 문을 열지 못할 것이다. 이는 현재 나와있는 시나리오들보다 더 끔찍하다"고 말했다. 펙터 장관은 "우리는 분명 키프로스를 돕겠지만 이해가 되는 조건에서만 도울 것"이라면서 "유럽안정화기구(ESM)나 ECB 모두 밑 빠진 독에 물을 부을 수 없다"고 말했다.

러시아와 키프로스의 연대를 우려한 유로존이 한발 물러날 법도 하지만 러시아가 키프로스를 도울지는 아직 결정된 것이 아무것도 없다. 키프로스 구제금융안 작성에 깊이 관여한 독일이 총선을 앞두고 독일 여론의 압박 속에 키프로스 문제를 어떻게 풀어갈지 주목된다. (국제경제부 이효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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