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장용욱 기자 = 민영화 후에도 정권 교체기마다 최고경영자가 교체됐던 포스코가 이번에는 정권의 입김에서 벗어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21일 재계에 따르면 최근 정준양 포스코 회장이 '친정 체제'를 강화한 만큼 남은 임기를 채울 가능성이 큰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새 정부가 공공기관에 대한 대대적인 물갈이를 예고한 상황에서 포스코가 또다시 외풍을 맞을 수 있다는 우려도 여전히 남아있다.

◇ '정권의 운명'과 함께한 '포스코 CEO', 이번엔 다를까 = 포스코는 지난 2000년 민영화됐기 때문에 더는 대통령을 비롯한 정부가 포스코 CEO 선임에 개입할 근거가 없다. 그럼에도, 역대 정부는 정권이 출범되면 포스코 인사에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쳤다.

실제로 지난 2003년, 노무현 정부가 들어서자마자 한 달 만에 당시 유상부 회장이 사퇴했다. 당시 유 회장은 '자진사퇴'라는 형식으로 물러났지만, 사실상 정권으로부터 사퇴압력을 받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또, 지난 2009년에는 이명박 정부가 출범한 지 1년 만에 당시 이구택 회장이 임기 1년을 남기고 중도 퇴임했다.

이처럼 전임 회장들은 정권이 바뀌면 자리에서 물러났지만, 정준양 회장은 남은 2년의 임기를 채울 가능성이 현재로서는 큰 것으로 보인다.

일단 신임 박근혜 대통령이 누차 '법과 원칙'을 중시하겠다는 입장을 피력한 만큼, 법적 근거가 없는 포스코 인사에는 개입하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또, 정 회장의 경영성과를 고려해 주주들도 특별히 CEO 교체를 요구하지 않고 있다.

실제로 포스코는 업황 악화 속에서도 작년에 업계 최고 수준의 영업이익률(7.8%)을 기록했고, 유력 평가기관으로부터 4년 연속 최고 경쟁력을 인정받았다.

특히 최근 이사회 멤버가 교체되면서 정 회장의 '친청 체제'기 강화된 것도 결국은 남은 임기를 채우는 것을 염두에 둔 포석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포스코는 지난달 말 이사회 멤버 12명 중 사내이사 2명과 사외이사 3명을 교체하기로 결정했다. 이 중 자진사퇴한 사외이사 1명을 제외하고 총 4명에 대한 임명안이 오는 22일 주주총회에서 통과될 예정이다.

이로써 실질적으로 회사 경영을 이끌어가는 사내이사진은 정 회장을 비롯해 장인환 탄소사업부문장(부사장), 김응규 경영지원부문장(부사장), 박기홍 기획재무부문장 (부사장), 김준식 성장투자사업부문장(부사장) 등으로 구성될 예정이다.

이들은 모두 정 회장과 크고 작은 인연이 있는 인사들로 정 회장이 CEO에 취임하고 나서 중용되고 있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올해는 이례적으로 주총을 한 달이나 앞두고 일찌감치 고위 임원에 대한 인사가 마무리 됐다"며 "이는 그만큼 정 회장 체제가 안정적이라는 반증인 만큼, 이번 경영진 체제는 최소한 1년은 유지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 공공기관 '물갈이' 추세는 아직 '부담' = 다만, 그동안 새 정부가 공공기관장의 임기를 보장할 것으로 예상됐지만, 최근 그 분위기가 급격히 바뀐 것은 변수다.

실제로 지난 11일 박 대통령은 취임 후 첫 국무회의에서 "앞으로 각 부처 산하기관과 공공기관에 대한 인사가 많을 텐데 새 정부의 국정 철학을 공유할 수 있는 사람으로 임명할 수 있도록 노력해 달라"고 말했다.

이 발언으로 인해 임기가 남아있는 공공기관과 금융기관장에 대해서도 대거 교체론이 탄력을 받고 있다.

이에 따라 비록 포스코는 민간 기업지만, 예전 사례로 비춰볼 때 정 회장도 정치권 등으로부터 직간접적인 간섭을 받을 수 있다는 전망도 일부 제기되고 있다.

정 회장도 이런 분위기를 의식해서인지 지난 14일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단 회의에 참석하는 자리에서 임기와 관련된 질문에 대해 "쉬운 걸 질문해야죠"라며 답을 피했다.

재계의 다른 관계자는 "정치권을 중심으로 예전처럼 포스코 인사에 개입할 여지는 남아있다"며 "포스코가 어떻게 외풍으로부터 무게를 잡는지가 관건"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포스코 관계자는 "민간 기업의 인사에 대해 외부와 연결된 해석과 추측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기업 본연의 역할에 최선을 다할 뿐 외부 상황에 영향을 받을 일은 없다"고 강조했다.

yujang@yna.co.kr

(끝)
저작권자 © 연합인포맥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