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키프로스에서 가장 큰 은행 두 곳이 다음 주면 무너질 위기에 처했다. 지급불능에 빠진 뱅크 오브 키프로스와 라이키 은행은 유럽중앙은행(ECB)으로부터 유동성을 수혈하며 겨우 버티고 있는데 ECB가 이 돈줄을 끊겠다고 엄포를 놨기 때문이다. 리서치업체 트렌드 매크로의 로르칸 로치 켈리 수석 스트래티지스트는 "키프로스 금융권이 현 상태로 계속된다면 25일 저녁까지라는 시한은 맞추기 어려운 것"이라면서 "키프로스가 살아남을 가능성이 희박해지고 있는데 ECB가 상황을 더욱 몰아붙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ECB는 평상시에 매주 환매조건부채권(RP) 조작을 통해 금리 0.75%로 은행에 자금을 공급한다. 은행 재무상태가 건전할 때는 RP 조작이 잘 작동하지만 그렇지 못하거나 담보가 충분히 확보되지 못하면 ECB는 회원국 중앙은행에 유동성 제공의 책임과 위험을 떠넘긴다. 각국 중앙은행이 자국 은행에 필요한 유동성을 마련하고 담보규정을 정하며 일이 잘못됐을 때 위험을 감수하게 되는 것이다. 거래상대방 위험이 자본 기여도에 따라 유로존 회원국에 분산되는 유로시스템의 작동 방식과 차이가 나는 부분이다. ELA가 시행되려면 ECB 정책위원회가 동의해야 하고 23명의 정책위원 가운데 3분의 2의 동의로 ELA 제공을 거부할 수 있다.

ECB가 제시한 시한 25일 이후에는 어떻게 되는 것일까. 키프로스 금융권이 ECB의 지원을 계속 받을 방법은 22일 플랜B를 통과시키는 것이다. 키프로스 의회는 사회보장 연금 기금의 국유화와 라이키 은행 구조조정 등의 방안을 담은 플랜B 표결을 하루 연기해 22일 시행하기로 했다. 독일 경제지 한델스블라트는 의회가 법안을 가결하는 상황을 전제로 ECB가 다음 주에 키프로스에서 자본이 빠져나가는 것을 막고자 자본 규제를 내놓을 수 있다고 말했다. 자본 규제의 방안으로는 예금을 동결하거나 현금인출기 인출 한도를 낮추는 방안 등이 언급됐다. (국제경제부 이효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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