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규창 기자 = 한진그룹의 주력사인 대한항공[003490]이 오는 8월 지주회사체제를 선언했다. 투자사업을 총괄하는 ㈜한진칼홀딩스와 사업회사인 ㈜대한항공으로 인적분할이 이뤄진다.

이는 순환출자 구조를 해소해 지배구조의 투명성을 확보하면서 주주 가치도 제고하기 위한 전략이다.

또, IB 업계는 25일 대한항공이 한국항공우주(KAI) 인수에도 이전보다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길을 마련했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자회사 관리와 신규 사업 투자에 집중하는 한진칼홀딩스가 주요 인수 주체로 나서면서 재무구조가 열위한 대한항공의 부담을 더는 시나리오다.

한진칼홀딩스와 대한항공은 순자산기준으로 0.1945968 대 0.8054032의 비율로 분할하게 된다.

한진칼홀딩스에 이전되는 자산 및 부채는 현금 1천억원 자회사 주식(칼호텔네트워크, 정석기업, 제동레저, 한진관광, 토파스여행정보, 진에어, 호미오세라피) 5천121억원, 부동산 911억원(대한항공 서소문사옥), 매도 가능 증권 527억원, 차입금 2천700억원이다.

지난해 말 기준 부채비율 691%, 순차입금의존도 56.7%인 대한항공이 KAI 인수에 관심을 보이면서부터 재무에 대한 우려가 끊이지 않았다.

반면, 상대적으로 '클린한' 한진칼홀딩스는 다양한 방법으로 자금을 마련할 수 있다.

한진그룹의 지배구조는 '정석기업→한진→대한항공→정석기업'으로 이뤄져 있다. 지난해 말 대한항공이 한진관광투자를 흡수합병하면서 대한항공과 정석기업 사이에 한 단계 줄었다.

정석기업과 한진이 합병하고 대한항공이 정석기업 지분(48.3%)을 매각할 가능성이 거론된다. 한진이 보유한 대한항공 지분을 매각해 재무구조를 개선하고 항공기 구입에 대규모 자금을 투입하는 대한항공은 본업에 충실하는 효과도 얻는다.

여기에 조양호 회장 일가가 한진을 통해 한진칼홀딩스를 지배해 순환출자를 해소하고 지배력을 강화하게 된다.

문제는 KAI에 대한 인수의지.

대한항공은 지난해 12월 KAI의 고평가를 이유로 2차 입찰을 포기한 바 있다.

그러나 최근 '(인수참여 대해) 아직 모른다'고 발언한 조양호 회장은 여전히 관심이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대한항공 측은 지주회사체제 전환을 발표하며 한진칼홀딩스가 자회사 관리, 신규사업 투자에 집중하고 사업회사인 대한항공은 독립적인 경영과 성과 평가에 집중하는 식의 자율 경영 체제를 갖출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조 회장의 장남인 조원태 대한항공 부사장이 KAI 노조와 지역여론을 고려해 현대차와 기아차 식 운영을 거론했던 것과 일맥상통한다.

IB 업계 관계자는 "이번 지주사체제 전환은 오너가의 지배력 강화, 순환출자 해소, 책임경영 구축 외에 KAI 인수의지를 간접적으로 비친 것으로 보인다"며 "새정부가 KAI에 대해 어떤 해법을 내놓을지 모르겠지만 일단 준비해 놓는 셈"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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