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정선영 기자 = 최근 10억달러 규모의 주식 역송금 수요가 서울 외환시장에 난데없이 유입되면서 시장참가자들을 긴장시키고 있다.

국내 주식시장에서 외국인의 강도높은 주식 순매수가 지속되고 있는 상황에서 주식역송금 수요는 이례적이기 때문이다. 특히하나금융이 이번주 중 외환은행 인수에 따른 대금을 론스타에 지급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어 다양한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역송금 수요가 오비이락(烏飛梨落) 격으로 맞물려 돌아간 데 따른 영향으로 풀이되고 있다.

2일 서울외환시장에 따르면 외국인 주식 역송금 수요는 전일 5억~6억달러 가량 유입된데 이어 이날도 3~4억달러 규모로 지속적으로 유입되고 있다. 이틀간 총 10억달러 이상이 주식 역송금으로 유입된 셈이다.

▲외국인 주식순매수에도 자금 이탈? = 주식역송금 수요가 환시에 등장한 것은 외국인이 최근까지 7조원 넘게 주식 순매수 기조를 보인 것에 역행하는 흐름이다.

통상 주식순매수가 많으면 달러 매도, 원화 매수 쪽으로 주식자금이 유입된다. 그런데 역송금 수요는 오히려 주식을 팔고 빠져나가는 자금이기 때문이다.

외국인은 코스피에서 지난 30일 하루 763억원 어치 주식을 판 것을 제외하면 지난 1월10일 이후 12거래일간 5조8천억원 어치 주식을 사들였고 최근 3거래일도 1조원 넘게 순매수하고 있다.

A커스터디은행의 한 외환딜러는 "통상적인 주식 자금 플로우"라며 "론스타 관련 물량은 아닌 듯하다"고 말했다.

▲론스타, 매각대금 입금시기와 겹쳐 = 환시 참가자들은 하나금융지주가 론스타에 이번주 중으로 외환은행 인수 대금을 입금하는데 주목하고 있다. 론스타의 환전 물량이 충분히 환시로 유입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하나금융의 외환은행 최종 인수 가격은 3조9천156억원이다. 이중 세금 약 3천

916억원과 지난해 7월 주식담보대출 1조5천억원을 제외하면 2조원 가량의 자금이 환시로 유입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이는 1일 달러-원 시장평균환율 1,126.30원을 적용하면 18억달러 규모다.

하나금융은 계약서에서 금융당국이 외환은행 자회사 편입을 승인하면 5영업일내로 지분 인수대금을 지급하기로 했다. 즉, 오는 3일까지 지급이 마무리되는 셈이다.

B은행의 또 다른 외환딜러는 "유럽계 은행을 통해 지분 인수대금이 이번 주 중에 마무리될 예정"이라며 "대금이 입금되더라도 환전 시기는 여유가 있는데다 헤지또한 차액결제선물환(NDF)이나 옵션, 환전 후 스왑을 이용한 롤오버 등 다양한 방식으로 이뤄질 수 있어 환시에 노출되는 물량의 영향이 크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환율 하락에 환전 유리 = 외환시장 참가자들은 주식 역송금 유입과 관련해 단기 급락으로 현저히 낮아진 달러-원 환율 수준의 영향도 한 몫했을 것으로 내다봤다.

달러화는 1,160원대에서 한 달 만에 1,110원대로 하락한 상태다. 달러로 환전해서 나가야 하는 입장에서는 더없이 유리한 환율 수준이 된 셈이다.

C은행의 다른 외환딜러는 "외국인 주식자금은 증시에서 순매수기조가 나타나더라도 개별 클라이언트 별로 다른 움직임을 보일 수 있다"며 "이번 역송금 수요는 짧은 기간에 집중적으로 매수했는데 이는 그동안 못샀던 부분을 낮은 레벨에서 매수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D은행의 또 다른 외환딜러는 "전일 역송금 수요가 집중될 때도 여전히 오퍼(달러 매도)는 상당히 센 편이었다"며 "론스타 물량이 한꺼번에 나오지 않고 수일에 걸쳐 나온다면 달러-원 환율이 크게 상승압력을 받지는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높게 보더라도 1,130원선이 고점일 듯하다"고 내다봤다.

syju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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