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인선이 마무리된 현오석 경제팀은 애플의 아이폰이 출시된 4년전 10월26일의 교훈을 되새길 필요가 있다. '경제계의 10.26 사태'라고 일컫는 이날의 교훈은 정책 결정의 속도가 얼마나 중요한지 보여준다.

전문가들은 현오석 경제팀도 아이폰 출시에 대한 국내 대표기업들의 대응 패턴에서 향후 금리인하, 추가경정예산 편성 등폴리시 믹스에서 '속도'가 얼마나 중요한지 반면교사로 삼아야한다고 주문한다.

▲6일과 6개월의 차이= 애플의 스마트폰이 나오기 전까지 삼성전자와 LG전자의 휴대폰 점유율은 각각 23%, 13% 수준에 달했다. LG전자는 당시 열세에 있었지만 고급화된 디자인의 신제품을 잇따라 출시하며 맹렬하게 시장 점유율을 넓혀나갔다. LG전자는 조만간 삼성전자 휴대폰 시장을 따라 잡는다며 의욕을 불태웠고 업계도 두 회사의 선전을 흥미롭게 지켜봤다.

그러나 이후 격차는 오히려 벌어졌다. 현재 스마트폰 시장에서 두 회사의 시장 점유률은 대략 각각 29%, 4% 수준이다. 최근 LG전자가 기능이 대폭 보강된 신제품을 앞세워 맹렬하게 추격하면서 격차가 줄어들고 있지만 아직은 갈길이 멀다.

강호였던 LG전자가 고전하는 가장 큰 배경은애플 스마트폰의 파장을과소 평가한 데 있었다.

삼성전자는 4년전 애플의 아이폰이 출시된지 6일 만에 그룹 차원의 긴급 회의를 소집했다. 6개월안에 아이폰에 버금가는 제품을 만들어 내라는 명령이 떨어졌다. 당시 경영진은 스마트폰을 6개월 안에 만들지 못하면 사퇴하겠다는 불퇴전의 각오를 다진 것으로 알려졌다. 6개월만에 나온 초기 제품은 엉성했지만 지금 삼성전자가 글로벌 휴대폰 시장에서 아이폰과 어깨를 나란할 수 있는 밑거름이 됐다.

반면 LG전자가 사안의 심각성을 감지하고 움직이기 시작한 건 애플의 아이폰이 나온지 6개월이 지난 이듬해 4월이었다. LG전자는 뒤늦게 혁신적인 제품을 잇따라 출시하며 맹렬하게 추격하고 있지만 지금도 애플과 삼성전자의 양강 구도에는 끼지 못하는 등 고전하고 있다.









▲일본은 속도전 펼치는 데 한국은..=4년전 이야기를 새삼 끄집어낸 이유는 엔저현상, 키프러스 사태 등 현오석 부총리가 마주한 작금의 환경이 애플의 아이폰이 출시될 때와 같이 엄혹하다는데 있다.

비슷한 시기에 출범한 우리나라와 일본의 경제팀이 정책 결정 속도전에서 비교되면서 삼성전자와 LG전자의 사례는 많은 것을 시사해주고 있다. 일본 아베 정권은 취임도 하기전부터 일본은행 등을 압박하며 대규모 양적완화 등을 통해 엔저를 주도하는 등 공격적인 경기부양 대책을 빠른 속도로 쏟아냈다. 아베 내각의 공격적 행보는 니케이지수가 취임 이후 20%나 오른 데서 확인할 수 있다.

반면 한국은 현오석 부총리가 내정된 뒤에도 각종 정치적인 이유로 임명되지 못하는 등 손발이 묶이면서 각종 현안에 대해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 아직도 폴리시 믹스의 윤곽도 내놓지 못하는 상황이다. 코스피지수는 연초 수준에서 아직 맴돌고 있다. 아시아권에서 유일하게 유동성 랠리를 펼치지 못하는 등 외국인 투자자로부터 왕따 당하고 있다는 평가까지 나오고 있다.

부총리 경제팀이 각종 정책 결정을 속도감 있게 펼쳐나가야 하는 까닭도 바로 여기에 있다. 자칫 너무 늦게 대응해 한 참을 고생하는 실수를 되풀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정책금융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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