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꽃샘추위가 변덕을 부리지만 봄의 기운을 막아서긴 역부족이다.

긴 겨울을 마치고 새 정부도 현오석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을 중심으로 경제팀 진용을 꾸리고 일간 '경제정책 방향'을 28일께 정리해 발표할 예정이다.

현 부총리는 한국개발연구원(KDI) 원장시절, 정치권과 경제부처·민간 등으로부터 경제정책과 관련한 설명과 자료 요청에 성심성의껏 응대한 것으로 유명했다. 원장 혼자서 미흡하다 싶으면 전문 연구원을 대동하고 자료 보따리를 싸들고 재방문하기 일쑤였다. 항상 갱신된 자료와 분석을 통해 밤과 낮, 불원천리(不遠千里) 마다 않고 열심히 다녔다.

그의 명성은 성실성을 바탕으로 한 설득과 대화의 결과였다. 명쾌한 해석과 통찰력은 당연했지만, 정치권과 관가에서는 이보다는 그의 진지함(Sincerity)을 높이 평가했다. 이러한 그의 성실성을 두고 일부에서는 '카리스마'가 없고, 정치권에 약한 모습을 보이는 것 아니냐는 인색한 평가가 나오기도 하지만, 개발 연대시절의 경제부총리의 리더십과는 달리 오늘날은 '대화와 소통', '설득과 합의'가 중요해지고 있다. 앞으로 경제정책의 수립과 추진도 이러한 시대정신을 반영해야 한다는 점에서 현 부총리에 대한 기대감이 어느 때보다 크다.

새 경제팀이 출범하자 금융시장에서는 향후 환율·금리 정책이 무엇보다 관심사가 되고 있다.

그는 환율문제에 대해 '어느 나라 치고 시장 급변동을 방임하는 나라는 없다', '외환시장의 급변동은 예의주시하면서 필요한 조처를 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연장 선상에서 특히 엔화 환율을 경계할 것으로 보인다. 엔화에 대해 원화가 절상되는 상황이기에 정책 방향에서도 수출 경쟁력을 확보하는 방안을 마련할 것으로 예상된다.

달러-원 환율의 안정적 운용에서 관전 포인트는 어느 정도를 급변동이라고 볼 것이냐다. 또 환율의 상승·하락 속도와 관련해서 오차 범위를 어느 폭까지로 둘지, 행동에 나설 타이밍을 언제로 결정할지가 딜러들의 관심사다. 과거 강만수 장관 시절처럼 환율 등락의 '폭과 속도'에 대한 민감도가 새 정부에서도 그대로 적용될지, 현 부총리의 개성과 시각이 가미돼 어느 정도 오차범위의 관용 폭을 넓혀 줄지는 두고 볼 일이다.

현 부총리는 금리정책과 관련해서는 중요한 경제정책의 하나로 간주할 것임을 분명히 밝혔다. 물론 금융통화위원회를 존중하겠다고 말하고 있지만, 역대 재정부 장관 중에 이렇게 경제정책 영역에 금리를 적시한 적이 없었다는 점에서 한국은행과의 금리정책 조율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와 관련 김중수 한은총재도 오래전부터 금리정책이 경제정책의 수행에서 정책조합(Policy Mix)의 한 축이라는 점을 강조해오고 있어, 이 부분에서 '현오석-김중수' 콤비에 기대를 갖게 만든다.

현 부총리는 취임 직후 경제정책 조정은 권한에서 나오는 게 아니라 컨센서스를 이루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정치권과 한은을 포함한 경제 관련부처와 소통하는 노력을 지속할 것으로 보인다.

오늘 오후 4시 여의도 금융투자협회 불스홀에서 새 경제팀의 환율과 금리 정책의 일단을 가늠해볼 수 있는 금융세미나가 열린다. 윤태식 기획재정부 국제금융과장(전 외화자금과장), 신운 한국은행 조사국장이 참석해 발제하는 만큼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취재본부장/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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