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정선영 기자 = 한국은행 외자운용원이 외부 전문가 영입을 위해 글로벌회사채 팀장 공모에 나섰으나 자리를 채우지 못하고 재공모하기로 했다. 내부 발탁이라는 차선책 대신 재공모에 나선 배경이 주목된다.

3일 외자운용원 관계자는 "이번 글로벌 회사채 팀장 공모에서 해외에 있는 적임자를 정했으나 지원자 개인사정으로 최종 결정을 하지 못했다"며 "일단 공모에 나선 만큼 차선책을 택하기보다 재공모를 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외자운용원은 이날 투자운용부장에는 김의진 현 삼성자산운용 상무를 내정했다. 공모를 통해 민간 부문에서 25년간 잔뼈가 굵은 채권운용 전문가를 들임으로써 외환보유액의 효율적인 운용에 힘을 실은 셈이다.

이런 상황에서 글로벌회사채 팀장의 1차 적임자를 최종 결정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내부 인사를 영입하게 되면 사실상 외부인력 수혈 의미가 희석된다는 게 한은의 입장이다.

한 외자운용원 관계자는 "부장, 팀장급 공모는 외자운용원이 향후 개방적인 태도로 외부인력을 충원하는 유연한 조직이 되기 위한 것"이라며 "공모 노력의 진정성을 보여주는 차원에서 내부 인력이라는 차선책보다 재공모가 낫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이번 공모는 김중수 총재의 '유연한 조직'에 대한 의지와도 일맥상통한다.

김중수 한은 총재는 최근 한은 직원들의 외부 진출과 외부전문가 영입 등을 통한 유연한 조직을 강조해 왔다. 김 총재는 외부 기관의 전문가 영입은 물론 리서치 등 연구 조직에 대한 해외 인력 확충에도 관심을 보인 바 있다.

외자운용원은 한은 내에서 외환보유액 운용을 전담하는 전문 조직이다. 그만큼 한은의 정체된 인력 운용을 개선하고 외부 인력 영입의 물꼬를 열기에 안성맞춤인 곳이다.

그러나 글로벌 회사채 팀장 공모가 실패로 돌아간 것은 연봉, 근무조건 면에서 민간 금융회사에 비해 나은 조건을 제시할 수 없는 점도 한계로 작용했을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연봉 기준을 한은 팀장급에 둔데다 정년 보장 역시 되지 않는다. 계약직 전문직원으로 우선 3년간 근무하게 되며 향후 재계약이 가능하나 이 역시 보장할 수 없다. 운용전문 외부 인력의 신분이나 대우는 한은 직원이 못미치는 수준인 셈이다.

한 외자운용원 관계자는 "계약직 전문직원은 단기간에 성과를 내지 못하고 낮은 평가를 받게되면 재계약에 불리할 수 밖에 없다"며 "안정적인 외환보유액 운용을 위해서는 개선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외자운용원 관계자는 "외자운용원은 한은의 유연한 조직을 가장 먼저 시행할 수 있는 부서"라며 "재공모를 통해 외부 전문가를 수혈하고 내부 직원과의 경쟁 관계 등을 통한 시너지 효과도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syju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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