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오유경 기자 = 현대자동차가 적극적인 유럽시장 공략에 나설 뜻을 밝혔지만 자동차 금융 경쟁력이 취약한 것이 판매 확대에 약점으로 작용할 것이란 지적이 나오고 있다.

현대차는 유럽 재정위기를 오히려 기회로 삼아 작년보다 15.4% 늘어난 46만5천대를 올해 유럽에서 판매하겠다는 계획을 지난 26일 기업설명회(IR)에서 밝혔다.

3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는 개별 딜러들을 통해 판매하던 방식을 올해부터는 독일과 프랑스에서 현지 판매 법인을 출범해 직영체제로 전환할 계획이다.

그러나 이와 같은 판매 방식의 변경에도 불구하고 자동차 판매의 핵심 축인 금융 부문은 제 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계열사인 현대캐피탈이 2009년 산탄데르은행과 합작해 '현대캐피탈 독일'을 설립했지만 직영체제가 갖춰지지 않아 독자적인 자동차 금융서비스를 제공하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현대캐피탈 영국'이 설립됐으나 올해 3분기나 돼야 현지 고객을 대상으로 자동차 금융이 가능할 것으로 알려졌다.

독일과 영국 이외의 지역으로 추가로 진출할 계획은 현재로선 없다는 게 현대캐피탈의 입장이다.

현대캐피탈 관계자는 "판매 규모가 큰 지역에서 현대차의 영업을 돕기 위한 목적으로만 진출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자동차업계에서는 현대차가 먼저 진출하고 그 실적에 따라 현대캐피탈이 보조 형태로 뒤따라 들어가는 현재의 전략은 유럽 자동차 시장에 대한 경험과 이해가 부족한데서 나타나는 한계라고 지적했다.

유럽에서 자동차를 팔려는 글로벌 메이커들은 판매 계획에 리스사업을 반영할 정도로 리스서비스의 중요성을높이 치고 있다.

판매사들이 직영체제로 중고차와 리스서비스를 시스템화하고 자동차 금융이 단순 할부금융 수준에서 그치지 않고, 소비자 리스크를 헤지하는 종합 금융서비스를 제공한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국내 자동차 금융은 오직 금리 경쟁만 있지만, 유럽에서는 차별화되고 다양한 금융 서비스가 경쟁하기 때문에 현대차의 취약성은 더 커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유럽 자동차 판매시장에서 리스가 차지하는 비중은 평균 25%로 세계 자동차 시장에서 가장 높은 편이다. 미국이 20%, 일본이 10% 수준이고, 우리나라는 5% 정도다.

유럽에서는 1980년대 리스프로그램이 처음 도입된 이래, 현재는 할부금융 같은 단순 서비스를 넘어 정비를 포함한 모든 차량관리 업무를 리스금융사가 제공하는 메인터넌스(maintenace) 운용리스로 확대됐다.

현재 유럽 자동차 판매의 50% 정도는 법인차, 렌터가 등의 플릿리스 판매가 차지하는데 이는 미국의 2배에 이르는 수치다.

이는 유럽에서 대부분의 회사들이 직원의 복지와 세금절감을 위해 차량을 지원하면서 플릿시장이 확대됐기 때문이다.

다임러와 BMW, 폴크스바겐 등은 독자적 리스사를 설립해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유럽 최대의 자동차 금융 서비스 기업인 폴크스바겐 파이낸셜 서비스는 폴크스바겐 그룹이 지분 100%를 보유한 금융 서비스 부문 자회사로, 독일 브라운슈바이크(Braunscheweig)에 본사를 두고 전 세계 폴크스바겐 그룹 산하 브랜드들의 금융서비스를 총괄하고 있다.

2010년 말 기준으로 자산총액은 650억유로, 세전이익은 8억7천만유로다. 전 세계 계약 건수는 6백14만건에 달하고, 전체 임직원수는 6천797명(독일 내 4천297명) 수준이다.

폴크스바겐 파이낸셜 서비스는 은행, 할부금융, 도매금융, 보험, 리스, 렌터카, 신용카드 등 종합 금융 서비스를 제공한다.

BMW는 자동차전시장에서 신차, 중고차, 렌터카, 정비업소, 파이낸스 숍을 동시에 운영하고, 다임러도 다양한 금융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현대차 유럽법인은 "작년 말 독일과 프랑스에 직영판매체제를 구축하고, 올해 i40 등 유럽시장에서 라인업을 확장하면서 앞으로 비즈니스 플릿 제휴가 많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ykoh@yna.co.kr

(끝)
저작권자 © 연합인포맥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