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장용욱 기자 = 삼성전자는 지난 28일 샤프 지분 3%를 총 1천230억원에 인수하는 작업을 완료했다.

이번 지원에도 샤프는 대만 훙하이그룹과 미국 퀄컴으로부터 기대했던 투자가 집행되지 않고 있어 추가 자금확보가 필요한 상황이다. 삼성전자도 수조원이 필요한 대형 LCD 라인 투자 대신 샤프에 출자하는 것이라 추가 지원 여력도 있다.

하지만 삼성전자는 추가 투자에 일단 신중한 모습이다.

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일본 내 반발 정서를 의식해 샤프에 대한 투자 규모를 최소한으로 제한한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전자는 당초 샤프와의 협력관계 강화를 위해 실제 투자액보다 4배가량 많은 400억엔을 출자하는 방안을 검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정도 투자면 12%가량의 지분을 확보할 수 있어 경영권에도 일부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수준이다.

이 외에도 삼성전자는 회사채 매입과 대출에 대한 보증 등 다양한 지원책도 검토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결국 삼성전자는 샤프에 대한 투자 규모를 일단 3%로 최소화했다.

또, 협상을 주도한 이재용 부회장은 "일본 경제산업성과 회사 내의 반대가 있다면 출자하지 않겠다, 경영진 파견은 생각하고 있지 않다"는 등의 말로 샤프 측을 최대한 안심시켰다.

또 삼성전자는 샤프 지분매입 완료 사실을 공식 발표하지 않고, 경영개입은 없을 것이라고 강조하는 등 최대한 조용히 투자를 진행하려 노력했다.

삼성전자의 한 관계자는 "양사의 협력 강화를 위한 투자지만 상대방의 상황을 고려해 매사 조심스러운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삼성전자가 신중한 모습을 보이는 것은 이번 투자를 계기로 일본 내에 정서가 악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샤프를 비롯한 일본의 전자업계는 2000년 초반까지만 해도 독보적인 위치에 있었다. 그러나 2000년대 중반을 넘어서면서 샤프와 소니, 파나소닉 등 일본의 자존심으로 불린 업체는 모두 심각한 경영난에 빠졌다.

반면, 일본으로부터 기술을 전수받아 성장한 삼성전자와 LG전자 등 국내 업체는 일본을 앞지르기 시작했고, 결국 샤프가 삼성전자로부터 자금을 수혈받는 상황까지 생긴 것이다.

이런 상황에 대해 일본 내 여론은 매우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안 그래도 일본 시장은 그동안 해외 전자 업체에 상당히 배타적인 모습을 보였다. 이 때문에 삼성전자도 일본에서 PC와 TV 사업 등을 철수했던 경험이 있다.

이 때문에 삼성전자는 작년에 일본삼성을 해체하고 계열사 독립체제로 전환하는 등 새롭게 일본시장 공략에 나섰다.

이런 상황에서 현지 여론 악화는 뼈아플 수 있는 만큼, 삼성전자는 이번 샤프 투자 건에 대한 거부반응이 나오지 않도록 신경 쓰는 것이다.

이에 따라 추가 투자 여부도 샤프 측의 요청과 일본 내 여론 등의 조건이 성숙된 후에야 다시 검토될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의 다른 관계자는 "추가 투자 여부는 우리의 사업 계획에 따라 검토 여부가 결정될 것"이라며 "또, 상대방 역시 현지 사정 등의 이해관계가 맞아야 진행될 수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yuja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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