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국내외 금융시장의 시선이 김중수 한국은행 총재에게로 집중되고 있다. 정부가 성장률 전망을 대폭 하향 조정하며 추가경정예산 편성 등 경기 침체에 적극 대응하기로 했지만 김중수 총재와 금융통화위원들은 금리 인하 등 정책조합(폴리시믹스:policy-mix)에 소극적인 것으로 비치고 있기 때문이다.

▲ 표면적으로는 엇박자= 정부는 지난달 28일 박근혜 대통령 주재로 경제정책점검회의를 열고올해 실질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을 지난해 말 3.0%에서 0.7%포인트 내린 2.3%로 전망했다.

한국은행이 올해 성장률을 2.8%로, 한국개발연구원(KDI)이 3.0%로 예상한 데 비해 상당히 비관적인 전망치다.

이같은 위기의식을 반영하듯 현오석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취임 초기부터적극적인 경기부양을 위한 기준금리 추가 인하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에 대해 김중수 총재는 일단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김총재는 지난 26일 비은행 금융협회장 협의회에서 "스위스 바젤에서 만난 글로벌 투자은행(IB)들이 '저금리 기조로 우리가 알지 못하는 사이에 경제 취약성이 생기는 것이 아니냐'고 말한다"고 밝혔다.

이에 앞서 김총재는지난 22일에 금융협의회에서도 "글로벌 IB들의 체어맨 등이 이자율의 낮은 상황이 너무 오래 지속돼 자신들이 미처 몰랐던 새로운 문제점들이 나타나는 것은 아닌지 우려하고 있다"고 말한 바 있다.

▲한 번 더 들여다 보면 =그러나 파편화된 김중수 총재의 발언을 너무 표면적으로 해석했다가는 낭패를 볼 수도 있다.

현 단계의통화신용정책은 김중수 총재가 정책공조 차원에서 기준금리를 선제적으로 인하하는 연장선상에있기 때문이다. 금리 동결 기조가 길어질 뿐 김총재가 완화적 입장을 철회한 적이 없다.

김 총재는 지난 2월 기준금리 결정을 위한 금융통화위원회 직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통화정책과 재정정책은 보완적 관계가 있기 때문에 정책 조합이라는 것은 같은 방향으로 가야 한다는 것"이라며 "(정부와) 서로 협의를 해서 정책 효과를 극대화하는 게 좋다"고 말했다.

김총재는 현 정부가 출범하기도 전에 정책공조의 필요성을 강조했다.거스를 수 없는 트랜드가 된정책공조의 원조는 김총재인 셈이다.

▲ 김총재의 외교관 경력 주목해야=금리 인하에 부정적인 듯한 김총재의 발언은최고 결정권자의 고뇌 차원으로 해석할필요가 있다. 그는 인하,동결,인상 등 금리 결정이모두 정책 비용을 초래하기 때문에 편익과 균형을 맞춰 신중하게 결정해야 한다는 지론을 가지고 있다. 최근 그의 발언은 이런 고뇌를 내비친 것으로 점쳐진다.

김총재가 정치와 외교파트에서도 화려한 경력을 가진 인물이라는 점도 감안할 필요가 있다. 김총재는말을 짧게 하는 것이 오히려 오해를 부를 수 있다는 점을 가장 경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자간 협상 창구인 OECD 대사까지 지냈다는 점에서 김총재는모든 가능성을 열어두는 외교적 화법을 많이 구사하는 것으로 이해하는 게 좋을 것 같다.

그는외교관같은 모호한 발언으로 일관하고 있지만과거 어느 총재보다 역동적인 통화신용정책을 구사하고 있다. 김총재는 재임기간에 모두 7회에 걸쳐 기준금리를 변경했다. 국내외 금융시장 참가자들이 이점을간과해서는 안될 것 같다.(정책금융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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