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자금 수혈+채무상환 유예+구조조정 추진'



(서울=연합인포맥스) 고유권 기자 = STX그룹 계열의 조선업체인 STX조선해양에 대한 채권단 공동관리가 추진된다.

STX조선의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은 2일 오후 3시 여의도 본점에서 채권 은행들을 소집해 STX조선에 대한 자율협약(채권단 공동관리) 체결 여부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다.

앞서 STX그룹은 최근 유동성 문제를 겪는 STX조선에 채권단이 긴급 유동성을 공급하는 것을 전제로 채권단과 자율협약을 체결하고 싶다는 의사를 산은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자율협약은 채권 은행 간에 맺는 일종의 신사협정으로 법적 구속력이 있는 기업개선작업(워크아웃) 보다는 강도가 낮지만, 채권단이 자금 지원에 따른 자구노력과 구조조정을 강하게 요청할 수 있어 재무구조개선약정보다는 수위가 높다.

채권단과 자율협약을 맺으면 기업은 일정 기간 채무 상환이 유예되거나 긴급 자금을 지원받을 수 있어 단기적인 유동성 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다.

워크아웃과 달리 기업 이미지 실추에 따른 타격이 적고 정상적인 영업 활동에도 지장이 없다. 다만, 채권단 공동관리 하에 자산 매각 등의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통해 자체적인 경영정상화를 이뤄야 한다.

2009년 금호아시아나그룹이 유동성 위기를 겪을 당시 금호석유화학과 아시아나항공이 자율협약을 맺은 바 있다.

산은은 이날 회의에서 STX그룹이 제시한 자율협약 체결 요청 내용에 대해 설명하고, 채권 은행들의 의견을 청취한 뒤 별다른 이견이 없을 경우 서면결의 절차에 들어갈 것으로 전해졌다.

STX조선이 채권단의 공동관리 체제로 들어가기로 한 것은 극심한 조선업황 침체로 현금 유동성이 고갈되는 상황에서 차입금의 만기가 속속 들어오면서 자금 압박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뱅커스유전스와 일반원화대출 등 STX조선의 단기차입금은 1조1천236억원에 달했다. 전년 말의 7천453억원 보다 4천억원 가까이 늘어난 수치다.

올해 5월부터 속속 만기가 돌아오는 공ㆍ사모사채 규모만도 9천950억원에 이르는데, 올해 말까지 만기 도래 물량만 6천500억원에 달한다.

만기를 앞둔 신주인수권부사채 잔액도 2천500억원에 이른다. 또 선박건조 등과 관련해 수출입은행 등으로부터 3천억원이 넘는 선수금환급보증도 받고 있다.

STX조선은 지난해 극심한 업황 침체로 6천316억원의 당기순손실을 냈다. 전년보다 손실폭이 30배 이상 확대됐다.

최근에는 전자결제어음에 대한 이자를 연체하는 등 자금 사정이 매우 좋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pisces738@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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