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자본 규제가 시작되기 직전 키프로스 기업들이 돈을 해외로 빼돌렸다는 의혹이 제기돼 키프로스가 다시 시끄럽다. 더욱이 이들 기업 중에는 자본 규제와 예금자 손실이 불가피하다고 주장했던 니코스 아나스티아데스 키프로스 대통령의 사돈이 소유한 기업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1일 현지 언론이 공개한 명단에는 구제금융과 관련한 자본 규제가 시작되기 직전 지급불능에 빠진 라이키은행에서 총 7억유로의 자금을 빼간 기업과 개인 이름 132개가 포함돼 있다. 명단 내 기업 중에는 해운업체, 에너지 개발업체, 심지어 국영기업도 들어있다. 자금 유출은 유로그룹(유로존 재무장관회의)이 키프로스 문제를 논의하고자 만났던 지난달 15일 이전에 모두 완료됐다고 한다. 키프로스 공산당(AKEL) 계열의 신문사 하라브기가 처음 보도한 내용을 보면 아나스티아데스 대통령 사위의 부친이 소유한 기업이 지난달 12일과 13일에 라이키은행에서 2천100만유로의 예금을 인출했고 이 가운데 절반은 런던으로, 나머지 절반은 더 안전하다고 여겨진 키프로스은행으로 송금됐다. 은행들로부터 대출을 탕감받은 저명한 정치인과 기업가 명단이 공개된지 며칠 되지도 않아 또다른 '리스트'가 드러나자 키프로스 시민들은 공분에 휩싸였다. 그리스 신문 프로토 테마는 '누군가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의 결정에 관해 내부자 정보를 흘렸을 것이라는 합리적 의심이 든다'면서 간접적으로 대통령을 겨냥했다.

이번에 나온 명단은 긴축에 부정적인 여론을 되돌려 구제금융을 이행해야 하는 아나스티아데스 대통령에게 부담일 수밖에 없다. 그는 내부 정보를 빼돌렸다는 의혹을 전면 부인하면서 유로그룹 회의 전에 예금 과세에 대해 알지도 못했고 유로그룹과 협상하는 동시에 정보를 흘릴 여건도 안됐다고 말했다. 아나스티아데스 대통령은 "고위 정치인의 가족들이 구제금융을 앞두고 사전에 정보를 확보, 재산을 보호했다는 의혹을 조사할 것"이라며 "대통령인 내 가족을 포함해 그 누구도 이번 조사에서 예외가 될 수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국제경제부 이효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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