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고유권 기자 = "STX그룹의 생명줄을 산업은행이 쥐고 있다"

STX그룹 계열 조선업체인 STX조선해양이 2일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에 채권단 공동관리 체제인 자율협약 체결을 신청하자 크레디트시장에서 나온 말이다.

핵심 계열사인 STX팬오션의 공개매각이 무산되면서 산은이 유력한 인수 후보로 거론되고 있는 상황에서 STX조선마저 자율협약 체결 카드를 꺼내들자 산은의 향후 대응에 따라 STX그룹 전체의 운명이 결정될 수 있다는 얘기다.

STX팬오션과 STX조선은 STX그룹의 5개 상장 계열사 가운데 핵심이다.

지주회사인 ㈜STX가 STX조선과 STX팬오션 지분을 각각 30.58%와 27.36%를 보유하고 있다.

특히 STX조선은 STX팬오션 지분을 7.02% 보유한 주주이면서 STX중공업 지분도 57.50% 갖고 있는 최대주주이기도 하다. 유럽과 중국에서 조선사업을 벌이고 있는 STX유럽과 STX다롄의 지분을 100% 보유하고 있다.

STX그룹이 STX팬오션을 팔기로 결정하면서 STX조선은 STX에너지와 함께 향후 그룹을 먹여살릴 핵심 계열사로 부상했다.

STX그룹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조선과 해운을 양대 축으로 하는 사업구조로는 현재의 경영상 어려움을 극복하는데 한계가 있다고 보고 조선과 플랜트, 에너지 사업을 핵심 사업으로 새롭게 설정한 상황이다.

이날 STX조선이 과도한 차입부담과 자금압박에 따른 경영악화에도 불구하고 법적 구속력이 있는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이 아닌 자율협약 체결을 신청하기로 한 것도 이러한 점을 염두해 둔 것으로 보인다.

채권단이 채무상환을 유예해 주고 긴급 유동성을 지원해 주는 도움을 준다면 현재 추진중인 STX다롄의 지분 매각을 통해 자본을 유치하고, 자산 매각 등을 통해 자금을 확보해 경영정상화를 빠르게 이룰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가 있어서다.

주채권은행인 산은은 지난해 STX그룹과 재무구조개선약정을 체결한 이후 지속적으로 구조조정을 지원하고 있다.

이번에 STX조선이 자율협약을 신청한 것도 산은의 이러한 뒷받침이 영향을 줬기 때문이다.

하지만 자율협약은 다른 채권단의 경영 '간섭'도 가능한 만큼 산은이 주채권은행으로서 거중조정 역할을 얼마나 해주느냐에 따라 STX조선의 구조조정 강도와 시기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STX그룹은 STX팬오션의 매각과 관련해서는 산은의 '처분'만 기다리는 상황이다.

STX그룹은 지난 달 29일 국내외 투자자들로부터 STX팬오션 인수의향서를 받을 예정이었으나 단 한건도 접수되지 않았다. 결국 공개 매각 작업은 무산됐다.

이에 따라 산은이 STX팬오션 지분을 사주지 않는다면 매각 작업은 장기간 표류할 가능성이 높다.

일단 산은은 STX팬오션 지분 인수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고 있다.

산은 고위관계자는 "다른 투자자들에게 매각이 어려울 것이라는 전제하에 지분 인수를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우건설을 인수할 때 처럼 사모투자펀드를 만들어 STX팬오션의 지분과 경영권을 인수하는 방안이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pisces738@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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