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장용욱 기자 = STX그룹은 2000년대 들어 대표적인 'M&A 신화'로 꼽혔다.

2000년 초만 해도 매출액 2천605억원에 종업원 848명에 불과하던 파산 직전의 회사가 10년 만에 30조원 매출에 임직원 수가 5만명에 달하는 거대 그룹이 됐으니 그럴 만도 했다.

특히 강덕수 STX그룹 회장은 월급 사장에서 10년 만에 재계 12위권 그룹의 오너가 되면서 '살아있는 신화'로 조명받았다.

그러나 2008년 들어 글로벌 금융위기와 유럽 재정위기가 겹치면서 새로운 도전에 직면하게 됐다.

주력 사업인 조선과 해운업의 업황이 어려워지자 그룹 전체 재무구조가 악화됐고, 결국 주력 계열사를 팔고 채권단에 도움도 청하게 됐다.

◇ '대담한 M&A'…호황기에 '선순환' = 강덕수 STX 회장은 지난 1973년 쌍용그룹에 평사원으로 입사해 2001년까지만 해도 퇴출 위기에 놓였던 쌍용중공업의 사장이었다. 그때까지 줄곧 샐러리맨으로 살았던 강 회장은 당시 모험에 나선다. 전 재산 20여억원을 털어 파산 직전의 쌍용중공업의 최대주주가 된 것이다.

이후 그는 회사명을 STX로 바꾼 후 대동조선(현 STX조선해양)을 인수했다. 그의 단순하면서도 명확한 'M&A 전략'이 시작된 것이다.

강 회장은 과감하게 기업을 인수해 가치를 높인 후 적기에 증시 상장 등을 통해 투자금액 이상을 회수했고, 그 돈으로 또 다른 기업을 인수했다.

실제로 2001년 대동조선을 인수하는 데 1천억원을 투자하고 2년 후 STX조선해양을 상장시키면서 총 1천100억원 가량을 회수했다.

지난 2004년에도 4천200억원을 투입해 범양상선을 인수했지만, 1년 후 싱가포르 증시 상장을 통해 3천800억원을 받아냈다. 이후 2007년 국내 증시에 상장할 때 추가로 5천800억원도 거둬들여 두 배 이상 남는 장사를 했다.

강 회장의 이런 전략이 제대로 맞아떨어진 데에는 STX가 주력했던 해운과 조선업 등이 때마침 최대 호황기를 맞은 영향도 컸다. 하지만 바 로 이 점은 2000년대 후반 들어 STX의 발목을 잡는 요인도 됐다.

◇'호황' 사라지자 '삐걱' = 지난 2007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불어닥치면서 STX그룹의 주력사업인 해운과 조선 업황은 급격히 악화됐다. 그러자 STX 그룹이 누리던 '선순환 고리'도 약해지기 시작했다.

실제로 주력 계열사 중 하나인 STX조선의 매출은 2004년 1조5천379억원(K-GAPP 연결기준)에서 2008년에는 14조8천305억원까지 늘어났다. 그러나 금융위기가 터지면서 2009년 11조1천683억원, 2010년 8조9천113억원으로 매년 3조원 가량씩 줄었다. 영업이익 역시 2008년 7천490억원까지 증가했다가 2009년부터 109억원으로 축소되기 시작했다.

STX조선의 실적은 2011년 들어 다소 개선됐지만 작년에 다시 4천34억원의 영업손실(연결기준)을 내면서 적자로 돌아섰고, 당기순손실도 7천820억원을 기록했다.

STX팬오션 역시 STX그룹으로 편입된 후 한동안 실적이 늘어났지만, 2009년 들어서 매출이 반 토막 나고, 영업손익은 적자로 전환하기 시작했다.

이처럼 주력 계열사가 업황 악화에 고전하는 와중에도 STX그룹은 중국에 초대형 조선소를 건설하고 STX유럽을 인수하는 등 1조원 가량의 투자를 지속했다. 시장이 회복된 이후를 위한 포석이었다.

그러나 업황 악화가 생각보다 길어지면서 주력 계열사를 중심으로 재무구조에 문제가 생기기 시작했다.

실제로 STX조선의 부채비율(K-GAAP 연결기준)은 지난 2007년 223.21%에서 2009년 1041.11%까지 증가했고, 이후에도 2010년 670.50%, 2011년 539.05% 등 높은 수준을 유지했다.

STX팬오션의 부채비율(K-GAAP 연결기준)도 2007년 67.84%에서 2011년에는 188.88%로 증가했다. 그 결과 그룹 전체의 부채비율도 작년 들어 200%에 육박하게 됐다.

◇ '알짜 계열사' 팔며 회생 '안간힘' = 상황이 이렇게 되자 STX는 작년부터 재무안정에 더욱 집중하기 시작했다.

STX그룹은 작년 초 알짜 계열사인 STX OSV 매각과 더불어 STX중공업 등 핵심 비상장 계열사 지분을 매각하고 STX다롄 등을 증시에 상장해 총 2조5천억원의 유동성을 확보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이후 실제로 작년 말 STX OSV 매각에 성공해 7천860억원을 확보했고, STX에너지의 지분 일부도 매각해 3천600억원의 자금을 유입했다.

STX는 여기에 만족하지 않고 그룹의 모태 기업인 STX팬오션도 공개 매각에 나섰지만, 인수자가 나타나지 않으면서 불발됐다.

이어 지난 2일에는 또 다른 주력 계열사인 STX조선이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에 채권단 공동관리 체제인 자율협약 체결을 신청하기에 이르렀다. 자체적인 재무개선에 한계를 드러내기 시작한 것이다.

전문가들은 산업은행을 중심으로 하는 채권단이 채무상환을 유예해 주고 긴급 유동성을 지원해 주는 도움이 있어야 STX그룹의 빠른 회복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대해 STX그룹 관계자는 "계열사 지분과 자산의 추가 매각과 수익성 개선 등을 통해 하루빨리 경영정상화를 이룰 것"이라고 강조했다.

yuja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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