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올 1분기 자본 조달시장의 특징은 `극한 침체' 였다.

연합인포맥스가 집계한 자본시장 리그테이블에 따르면 1분기 기업공개(IPO)를 통해 자본을 조달한 기업은 7개에 불과했다. 공모규모도 1천700억원대로 2년전과 비교하면 약 90% 가까이 급감했다.

공모시장의 위축은 추세적이다. 지난해 연간 IPO 시장 규모는 전년에 비해 4분의1, 2010년에 비해서는 9분의 1 수준으로, 기업들이 상장을 통해 자본을 조달하는 게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 당연히 공모를 주관해서 먹고 사는 증권사들은 죽을 맛이다.

IPO 뿐 아니다. 기업들이 돈을 융통할 수 있는 또 다른 창구인 주식관련사채 시장은 `개점휴업' 상태다. 전환사채(CB)와 교환사채(EB), 신주인수권부사채(BW) 등 공모 주식관련채권(ELB) 발행시장은 정적이 흐르며 1분기에 BW 단 한건 이 발행됐을 뿐이다.

한계 기업들 뿐 아니라 정상 기업들의 자금경색은 금융시장에 곧바로 여파를 미친다. 웅진 사태로 더욱 경직된 신용시장의 불황은 바로 STX조선해양이 채권단에 자율협약을 신청한데 따라 한치 앞이 안보이게 됐다.

신용등급이 'A' 이하인 기업은 회사채로 자금을 조달하기가 쉽지 않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관측되기도 한다. 한계 기업들이 특히 몰려 있는 조선과 건설, 해운업종의 자금 압박이 강화될 것이라는 우려가 크다.

금융은 곧 산업, 특히 제조업을 지지하는 기반이라는 게 절실히 확인되는 시점이다.

올해 새로 출범한 선진국 정부들의 공통된 정책중 하나는 `제조업 활성화'다.

오바마 2기 정부의 강력한 슬로건은 `제조업 부활'이다. 일자리 창출 등을 위해 해외로 빠져나간 생산 기지를 되찾아오겠다는 것이다. 아베 신조의 일본도 마찬가지다. 한때 세계 최강이었던 제조업 라인의 부활을 통한 경기침체 탈출을 꾀하고 있다.

사회당 정부인 프랑스도 산업경쟁력 강화를 중점 과제로 삼고 있다.

특히 해외 진출 기업의 국내 복귀를 추진하면서 기업의 세금을 낮추고 규제를 완화하는 추세다.

산업을 부활하려는 공통된 움직임에 금융정책의 툴(tool)을 얹고 있다는 점도 간과할 수 없다. 일본의 경우 국제사회의 강한 반발에도 불구하고 엔고 억제와 디플레 해소를 위해 무제한 양적 완화 정책을 쓰고 있다.

미국이나 유럽연합(EU) 역시 제조업 지원을 위한 수출확대정책은 물론, 무역장벽을 공고히 하고 있으며 환율정책과 지적재산권 보호 강화 등 모든 정책을 동원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각국의 마찰이 있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미 삼성전자와 애플의 특허전이 벌어지고 있고, 현대자동차에 대한 경쟁업체 국가들의 견제도 만만치 않다. 더 넓게는 통상 전반적인 마찰이 더해질 것으로 업계에선 보고 있다.

이런 가운데 금융과 산업, 특히 제조업의 원활한 순환 체계가 무너진다면 가뜩이나 어려워진 대외 환경에 우리 제조업체들의 어려움은 가중될 것이다. 경쟁력 있는 대기업 조차도 위기 상황임을 토로하는데, 중견 중소 제조업체들에 대한 구체적인 정책적 뒷받침과 금융의 지원없이는 경제 전체가 난관에 봉착할 수 있다는 점을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산업증권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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