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최진우 기자 = 올 1분기 공모 회사채 시장에서 SK그룹이 선두를 고수한 가운데, 공격적인 경영 행보를 보이는 LG그룹과 공모시장에서 자금조달을 꺼리던 삼성그룹이 그 뒤를 쫓고 있다.

반면, 한진그룹과 동국제강은 단 한 건의 국내 공모 회사채 시장을 이용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연합인포맥스가 3일 발표한 '2013년 1분기 자본시장 리그테이블'에 따르면 SK그룹은 1분기에만 1조3천700억원의 회사채를 발행하며 '빅 이슈어'의 면모를 보였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 발행한 9천300억원보다 무려 47% 넘게 늘어난 규모다.

인천에 파라자일렌(PX) 공장을 세우는 SK에너지가 4천100억원, LNG터미널 등을 건설 중인 SK E&S가 3천억원을 발행했다. SK건설과 SK C&C, SKC도 2천억원씩 발행했고 SK케미칼이 상대적으로 작은 규모인 600억원을 발행했다.

사모사채까지 포함하면 SK그룹이 1분기에 발행한 회사채 규모는 1조7천286억원에 달한다.

워낙 발행물량이 큰 탓에 SK에너지와 SK E&S, SKC의 회사채 발행에 참여한 증권사만 해도 8곳이나 된다.

SK그룹이 올해 1분기부터 회사채 발행에 적극적으로 나선 데는 국고채 금리가 사상 최저 수준까지 내려와 금융비용을 줄일 수 있어서다.

SK에너지는 지난 2월 말 최초로 3% 밑인 2.97%로 3년 만기 회사채를 발행하며 사상 최저 금리를 경신하기도 했다. 우량기업인 만큼 장기물 수요도 나쁘지 않아 SK E&S의 경우 발행 물량이 모두 수요예측에서 '오버부킹'됐다.

역시 국내 회사채 시장의 '큰손'으로 꼽히는 LG그룹 역시 1조300억원을 올 1분기에 공모 회사채 시장에서 조달했다. 지난해 발행규모(2조5천500억원)의 40% 수준이다.

LG생활건강이 가장 큰 규모인 5천억원, LG디스플레이와 LG유플러스가 각각 2천900억원과 2천억원을 발행하며 그 뒤를 이었다. 1천억원 미만은 LG상사(400억원) 뿐이다.

다만, 사모사채까지 포함하면 LG그룹이 발행한 회사채 규모는 1조4천900억원으로 크게 늘어난다.

LG그룹 계열사는 기관투자자의 큰 호응을 받아 시장에 인상을 줬다.

LG생활건강은 5천억원의 회사채 발행을 위한 수요예측에서 1조원에 육박하는 기관투자자 자금이 몰렸다. LG디스플레이도 기관 투자자의 수요에 힘입어 애초 계획보다 900억원을 증액 발행했다.

발행규모에서 SK그룹과 LG그룹이 단연 돋보였지만, 시장의 관심을 독차지한 것은 3위인 삼성그룹이다.

그동안 무차입 경영 등을 내세우며 공모시장을 꺼렸던 삼성이 지난해에 이어 회사채 시장에서 보다 적극적인 행보를 보여서다.

삼성그룹은 지난 1분기 삼성물산(3천억원), 호텔신라(2천억원), 삼성토탈(2천억원) 총 7천억원의 자금을 회사채 시장에서 조달했다.

1분기만 놓고 보면 발행규모는 미미하지만, 범위를 이달까지로 넓혀 발행예정분까지 포함하면 삼성그룹은 LG그룹을 제치고 2위에 올라선다.

시장에 알려진 발행 예정분까지 합치면 1조4천500억원으로 SK그룹(1조6천200억원, SK네트웍스 2천500억원 포함)과 비등해진다.

특히 삼성정밀화학과 삼성SDI 등 그동안 회사채 시장에 나타나지 않았던 곳이 나타난 데 업계는 의미를 뒀다. 삼성에버랜드도 8년 5개월 만에 3천억원의 자금을 회사채 시장을 통해 조달할 예정이다.

은행차입을 주로 이용했던 삼성그룹도 결국은 초저금리의 매력에 마음을 돌린 것이다.

실제 1분기 삼성물산은 5년물 회사채를 3.17%에 찍으면서 지난해(4.29%)보다 1%이상의 금융비용을 줄일 수 있게 됐다.

한편, SK그룹과 LG그룹, 삼성그룹의 뒤를 이어 GS그룹(6천800억원)과 포스코(5천억원), 현대자동차그룹(4천400억원), 동부그룹(4천50억원), 두산(3천억원), 대우건설(2천500억원) 등이 10위권에 포진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한진, 동국제강 등은 올해 1분기 국내 공모 시장에서 단 한 건의 회사채도 발행하지 않았다. 모두 재무구조가 불안정해 국내에서 회사채 발행이 여의치 않아서다.

대한항공(한진)은 이 기간 외국으로 시선을 돌려 엔화채로만 370억엔, 수출입은행의 보증을 받아 1억5천만달러의 보증부채권을 발행해 투자비를 확보했다.

증권사의 한 크레디트 애널리스트는 "금융위기 이후 신용 양극화 현상이 심화된 데 따른 것"이라면서 "회사채 시장은 당분간 우량기업 위주로 갈 수밖에 없다"고 평가했다.

jwchoi@yna.co.kr

(끝)

저작권자 © 연합인포맥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