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독일과 함께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 내에서 강경파로 목소리를 높이던 네덜란드가 곤경에 빠졌다. 자국 경제가 부동산 문제로 위기 국면에 접어든 것이다. 앞으로 네덜란드가 예전처럼 유로존에 긴축을 강하게 주장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미국과 스페인이 아직도 채 극복하지 못한 부동산 위기가 네덜란드에도 닥쳤다. 현지 은행들은 1990년대부터 차입자가 충분한 담보를 가졌는지 확인하지 않은 채 상업, 민간 부동산 시장에 수십억유로를 대출했다. 개인 주택 보유자는 부동산 가격의 100%가 넘는 돈을 빌릴 수 있었다고 한다. 부동산소유주가 주택담보대출(모기지) 금리를 세금에서 완전히 공제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네덜란드 중앙은행은 10년 넘게 이 문제를 인식하고 있었으나 그들의 경고는 번번이 무시됐다. 지난해에 집권한 마르크 뤼테 총리가 커다란 세금 구멍을 막기 위한 법률 개정에 나섰지만 너무 늦었다는 평가다. 현재 네덜란드 금융권이 대차대조표에 반영한 모기지는 6천500억유로로 역내 어느 국가보다 많다. 여기에 네덜란드 소비자 부채는 소득의 250%에 육박한다. 2011년 스페인 사람들의 소득 대비 부채 비율이 125%였다는 점에서 네덜란드 부채 상황이 심각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네덜란드에선 실업률은 오르고 있고 소비는 감소하고 있으며 성장은 정체됐다. 강도 높은 긴축을 시행하고 있지만 네덜란드는 올해 유럽연합(EU)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적자 비율을 달성하기 어려워 보인다.

이는 특히 유로그룹(유로존 재무장관회의)을 이끄는 예룬 데이셀블룸 네덜란드 재무장관에게 부담이다. 그는 독일 신문 프랑크푸르터 알게마이네 차이퉁과의 인터뷰에서 경제의 더 깊은 부분으로 칼을 대는 것이 너무나도 현실적이지 못하다고 지적했다. 독일 시사주간지 슈피겔은 이러한 발언을 두고 남부 유럽이 독일로부터 긴축을 강요받을 때 하던 말과 비슷하다고 꼬집었다. (국제경제부 이효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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